성소수자 부모모임 서른세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일시: 2016년 12월 10일 토요일 4시
장소: 서울 마포구
참석:
- 지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라라: 트랜스젠더 딸을 둔 어머니
- 하늘: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모1: 성소수자 자녀를 둔 어머니
- 부1: 성소수자 자녀를 둔 아버지
- 어나더: 게이(부모님이 알고 있음)
- 오소리: 양성애자(누나만 알고 있음)
- 위니: 성소수자 자녀를 둔 어머니
- 빗방울: 게이(부모님과 동생이 알고 있음)
- 지미: 게이 아들을 둔 아버지(빗방울 아빠)
- 인정: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길벗: 게이(형만 알고 있음)
- 은율: 게이(어머님이 알고 있음)
- 국화 향기: 레즈비언 딸을 둔 어머니
- 창현: 게이(가족이 모름)
- 용용: 게이(어머니가 알고 있음)
- 람보: 성소수자(부모님이 알고 있음)
- 호림: 성소수자(가족이 모름)
- 제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사회: 어나더
속기: 빗방울, 스톤
어나더: 저는 사회를 맡은 어나더이고 남성 동성애자입니다. 부모님게 커밍아웃 했지만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멈무: 저는 친구가 오자고 해서 왔는데 나중에 부모님한테 어떻게 말할까 궁금해서 와보게 되었습니다.
모1: 세종에서 왔고 큰애가 고1 여자애인데 작년에 자기 남자인거같다고 얘기해서 좀 못 받아들이고 있다 계속 대화가 안되고 저도 아는게 별로 없고... 제가 뭔가 아는게 있어야 일단 아이하고 대화가 될 것 같아서 와보게 되었습니다.
부1: 남편입니다
하늘: 저는 하늘이고 동성애자 자녀를 둔 엄마입니다. 알게된 지는 8년 됐고 다음 달쯤 되면 9년이 되네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위니: 저희 둘째가 딸인데 1년 반 쯤전에 트렌스젠더라고 커밍아웃했어요. 그리고 바로 지난 달에 가슴 제거수술을 하고 바로 며칠전에 처음 호르몬을 맞았고 차차 호적정정도 하고 그 김에 이름도 좀 더 마음에 드는걸로 바꾸겠다고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하고있고 다음에 와서 아이는 인사드린다고 합니다.
인정: 중2 게이 아들의 엄마인 인정입니다.
지미: 서기를 보고있는 빗방울의 아빠입니다.
지인: 게이 아들을 둔 엄마고 아이는 지금 대학생이고 부모모임에 온 지는 거의 3년 되갑니다.
국화 향기: 제 딸이 레즈비언이고 안 지는 1년 4개월정도 되었어요. 여기 와서 위로가 많이 되었고 오늘 송년회까지 한다고 해서 왔어요.
람보: 저는 부모님께 커밍하고 나서 부모님이 여길 알려주셔서 4월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부모님께 처음 말하면 난리날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너무 겁먹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용용: 저는 행성인 에이즈팀 청소년팀 활동하는 용용입니다. 커밍아웃한 지는 2년 좀 넘었고 아직 사이가 그렇게 좋진 않아요.
길벗: 스물세살이고 남성동성애자입니다. 이런 자리에서는 커밍아웃을 하는게 처음인 것 같은데 많이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왔습니다.
길벗 형: 동생한테만 들었는데 직접 많은 사람들 만나서 알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김철수: 저는 성소수자로 커밍아웃한 상태로 유튜브채널 운영하는 채널 김철수의 김철수입니다. 혹시 구독 안하셨으면 (웃음) 구독해주세요.
장어: 저는 받아들인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금 굉장히 많이 떨리는데 좋은 시간 갖고 가겠습니다.
이승준: 처음 나왔고 노동자연대 활동하고 있습니다.
창현: 저는 부모모임 활동하는 창현입니다.
동그리: 저는 부모모임에서 이것저것하고있는 동그리입니다. 올 추석때 친척들 앞에서 커밍아웃 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서 애인도 알고 부모님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너구리: 저는 너구리고 양성애자고 열 아홉살입니다.
풀: 부모모임은 두번째 방문이에요. 저는 이제 스물 다섯이고 저희 엄마가 원치 않게 알게 되어서 조금 빡센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호림: 스물 두 살 대학생이고 원래 여기 오기 되게 부담스러웠는데 이번 크리스마스때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어서 오게 되었습니다.
엄지: 스물세살 대학생 양성애자입니다 집에 말은 안했는데 이 문제 말고 다른 문제로 트러블을 겪고 있고 앞으로 이 문제도 얘기해야될텐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서 왔습니다.
은율: 스물 네 살이고 전역한지 한달 된 동성애자입니다. 디자인쪽 프리랜서로 일하고있습니다.
라라: 저는 스물세살 성소수자 자녀를 둔 라라입니다.
별: 저는 바이섹슈얼이고 행성인 청소년인권팀에서 활동하고있는데 최근에 부모모임 라라님이랑 인터뷰를 해서 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제노: 저는 지난달에 처음 한번 왔었고 게이 아들을 둔 엄마에요. 올해 마지막 송년회 한다고 해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재윤: 저는 행성인 노동권팀 활동하고 있고 한 세 네번째 오는 것 같아요. 반갑습니다.
어나더: 새로오신 부모님 말씀을 들어보고 싶은데요, 어떻게 오시게 되었고 어떤 마음이신지 간략히 말씀 부탁드려요.
부1: 일단 아이가 이렇다 할때 첫번째 드는 생각이… 제가 어떻게 해야될 지를 모르겠어요. 오게 된 이유가 부모로써 어떻게 해야될지를 몰라가지고... 그것 때문에 오게 되었습니다.
어나더: 자녀분이랑 대화는 평소에 많이 하시는 편이세요?
모1: 작년에… 얘기를 하더라고요. 근데 이제 워낙 어릴때부터 그냥 바지를 입으려고 하고 머리를 짧게하려고 하고 이쁜 여자애들을 좀 좋아하는 것 같고 어느 순간부터 어릴땐 안 가지고 놀던 인형을 사달라고 하고 약간 좀 보통 애들하곤 다른가 생각하고 그냥 보이쉬하다하고만 믿고 있다가 작년에 본인도 좀 너무 이제 견디기가 힘들었는지 얘기를 하더라고요. 분명히 무슨 얘기를 하던 애가 얘기를 할 때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제가 탁 그입장이 되니까 받아들이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어른이 되면 변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왠만하면 좀 그런 부분은 건드리지 않으려고 일부러 옷을 살때도 남자 매장으로 데려가고 머리도 원하는대로 짧게 하게 하고 조용히 그냥 부모님이 터치를 안하니까 잘 지내는거같다가 고등학교 들어가서 여자애 한명을 사귀면서 학교에서 선생님도 알게되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애가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저희도 잘 모르니까 애한테 계속 졸업할때까지만 조용히 있다해주면 안될까 얘기하다가 저 혼자 생각해보니까 사람 마음이 그렇게 한다고 되는것도 아니고 제가 너무 뭘 모르니까 애하고 대화하기도 어렵고 부모로써 자꾸 표만 안냈으면 한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더라고요. 여러가지 찾아보고 하다가 많은 정보도 얻어야 하고 겪지 않은 사람들은 이걸 모르니까 제가 뭘 알아야지 할거같아서 애를 데리고오고 싶었는데 시험때문에 못 데리고 와서 다음에 같이 올 생각입니다. 아직은 다른 글들을 찾아보면 거의 대부분 부모님들 처음에 받아들이는 과정이 비슷하신 것 같아요. 몇년 지나고 어른이 되면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아직 갖고있는 것 같아요.
어나더: 기본적인 지식이나 의학적인 정보가 필요하시면 트랜스젠더 부모모임 활동하시는 라라님께 도움을 받으시면 좋을 것 같고, 위니님 자녀분도 최근에 의학적인 트랜지션을 거치고 계시니까 라라님 위니님의 경험을 말씀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부1: 하나 궁금한게 부모 입장에서 애가 그렇게 얘기할때 백프로 받아들여야 하나요? 지금은 그렇더라도 지나면서 바뀌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요...
라라: 트랜스젠더 부모모임을 어머니 두분이서 십 년동안 운영하셨는데 얘기하셨는데 반대의 경우 MTF로 완전히 트랜지션하고 사시는 분 어머니신데 그분이 처음 알게되었을 때 정말 많은 정신과를 찾아가고 방문하고 했느네 그분이 유명한 선생님께 솔직하게 얘기해달라고 여태까지 선생님이 진료하신 성별위화감 느낀 환자중에 바뀐분이 있냐고 물었는데 그분이 죄송하지만 단 한경우도 본적이 없다고 하셨대요. 그건 받아들여야 되는문제에요. 우리가 이성애자로 태어난것처럼 똑같은거에요.
지인: 언제 알았다고 그런 얘기는 안하던가요?
모1: 스스로 알게되었다고 한거 5학년? 몇 년을 갈등했던거같아요. 혼자 막 고민하고 있다가 작년에 확신이 선 상태에서 부모님에게 얘기한다고 하면서 얘기하시더라고요.
위니: 저희 아이는 고3이고 얘기한건 고1때쯤 얘기했는데 고1 1학기만 다니고 자퇴를 했어요 꼭 그 문제뿐만 아니라 기성교육제도의 얽매일 필요하 없다는 생각도 있어서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여고를 다녔었는데 그 문제도 있었다고. 처음에 저한테 먼저 얘기하고 아빠 오빠 할머니한테도 얘기했는데 저희같은 경우는 큰 트러블이 없었어요. 저랑 저희 아빠하고 둘다 성소수자에 대해 많이 알고있었어요. 저희 아이가 그런 줄 모를 때 대구 퀴어축제에도 참가하고 그런 정도였는데 얘기했을때 우리 아이가 그럴수도 있지 너무 몰랐구나. 했지만 충격을 받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그냥 괜찮다, 그리고 오빠도 대학생인데 요즘 대학생들은 그런친구들도 많다고 해서 별 문제아니었고 올 봄에 할머니한테 얘기했는데 잘 받아들이시더라고요. 가톨릭 신자시고 그런데 너한테 그 어려움이 있는건 니가 잘 버틸 수 있고 그런 소명이 있기 때문에 그렇겠지 하고 잘 받아들여줘서 다른 성소수자 당사자분들에 비해선 훨씬 행복하게 커밍아웃한 편이죠. 저도 아이가 그렇게 태어난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처음엔 자기가 FTM이다 라고 했는데 막 알아봐서 정신과 진단을 올 봄에 받았어요 . 그래도 가족이 지지를 해주는데도 많이 힘들어해서 되게 올 한해 우울해 했어요. 지금은 가슴수술하고 호르몬도 같이 시작을 했어요. 저는 태어날떄 뭔가 그 마음과 몸이 맞지 않게 태어난 그런 걸 의학적으로 고쳐주거나 지원해줄수있는 부분은 해주고 싶어요. 자기가 병원갔을때 완전히 남자가 되고싶나 생각을 했을때 완전한 남자가 되고싶은건 아닌데 젠더의 스펙트럼에서 남성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진행중이에요. 그렇게 준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어나더: 지금 부모님 마음에 가장 걸리는것은 무엇인가요?
부1: 지금 학교생활 할 때 주위 인식이랑 티를 내면 친구사이에 트러블이 생기니까 니가 그렇다하더라도 일단 청소년이니까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학부모들도 개입이 되고 그런 부분 때문에 성인이 되고나서는 상관이 없지만 고등학교때까지는 감추면서 생활하는게 낫지 않겟냐, 얘기하는데 애는 받아들이질 못하더라고요. 애가 어떻게하면서 학교생활을 지내는게 좋을 지.
라라: 저희아이같은 경우도 아주 어릴떄부터 목소리가 저희 아이는 남자 신체를 갖고 태어났어요. 그런데 본인이 여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 따돌림을 많이 당했거든요. 아까 티를낸다고 하셨는데 티를 내는게 아니고 자기에게는 맞게 사는거에요.
부모님이라도 자신이 원한다고 하는걸 지지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인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걸 얘기했어요?
부1: 항상 남자가 되고 싶다고 하죠. 엄마 아빠 말을 좀 듣고 티를 내면 힘들어지니까 일이 하나 둘씩 학교에서 생기고 그런걸 조금 티를 내지 말아라 얘기하는거죠 부모니까 네가 그런걸 감싸줄 순 있지만 학교에선 다 남들인데 그런걸 인정 못해주니까 그런 게 안생기도록 학교생활을 하면 좋겠다고.
지인: 근데 학교에서 생활을 오래 하잖아요. 애가 조심하더라도 애들이 먼저 알아채고 놀리고 상처받고 그래서 학교다니기가 힘든 경우가 있어요.
어나더: 혹시 자녀분과 정신과를 가보거나 하는게 어떻겠냐는 대화를 해본적이 있나요?
모1: 저희도 의료계통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게 정신과적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나중에 성별 정정을 받기 위해 갈 수는 있겠지만 일찍 데려가는건 네게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 같아서 그런 적은 없어요.
지인: 여자에서 남자로 바뀌려는 애들이 부모모임에 어머님이랑 애랑 같이 오는 경우도 있었고 저번 달에는 이미 성별정정까지 다한 분도 오시고, 자녀들이 어디까지 원하는지가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호르몬주나에서 호적정정까지. 근데 이제 여성에서 남성 같은 경우는 호르몬치료하면 목소리도 정말 빨리 남자같이 바뀌고, 한 애를 보셨으면 이해가 쉬우실 거에요.
호수: 저는 학생이라면 아직까지는 학생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상처를 덜 받는게 중요할거같아요. 대화가 필요할 거 같아요.
오소리: 저는 사실 당사자의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기 트랜스젠더 당사자분이 계시다면 말씀해주시면 도움 될 거 같아요.
이드: 저는 이드라고 하고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입니다. 스스로를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서 당사자분들의 부모님 말씀을 들으면서 답답함을 느꼈어요. 청소년에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의지가 있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자유 또한 있습니다. 그런데 그 최후 권한이란게 결국 부모님들에게 치중되어있는 한국 현실이 답답했던것 같아요. 트랜지션 전의 트랜스남성으로 사는 삶이 어떤지 예를 한 번 들어 볼게요. 나는 남성이에요. 근데 사회로부터 여성으로 지정받았고, 여성으로 보이고, 사람들이 날 대할때 여성 호칭을 써요. 심지어는 거울을 봐도 여성으로 보여요. 이 삶을 매일 반복한다고 생각해조세요. 상상이 가세요? 이건 정말, 심한 말로 자살 안 하는게 이상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이 예상되는 삶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부모님은 "크면 달라질 수 있어. 조금만 기다려보자." 이 말에 얼마나 좌절감을 느낄까요. 정말 단적으로 제 주변만 봐도, 부모님이 트랜스젠더인 자식을 믿고 이해해주는 관계는,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서 정말 다른것 같거든요. 마치 '나는 내 삶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야. 나는 나를 존중해.'라는 법을 따로 배운 사람같아 보여요. 트랜스젠더로 사는 마이너리티한 삶, 당연히 한계가 있죠. 왜 없겠어요. 근데, 그럼에도 그걸 다 알면서도 한 개인으로 살고 싶은 거예요. 트랜스젠더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써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1: 지금 고1이니 조금만 더 참으면 되는 건데, 지금 오픈을 해가지고 2년을 더 힘들게 살 것인가. 2년을 좀 참고 자기가 이겨낼 수 있을 때 오픈을 하는 것이 낫느냐 얘기를 하고 있어요.
위니: 제가 생각하기에는 2년 후도 먹고살 수 없어요. (웃음) 2년 지난뒤도 마찬가지고...
저라면, 같은 경우라면 그 얘기부터 물어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부모님들은 다 그렇게 얘기하고 싶지만 그것 보다는 엄마 아빠는 니 모습과 고민을 지지하고, 하지만 학교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런데도 너가 버텨낸다면 내가 널 지지할게. 니가 그러지 못한다 하더라도 널 지지할게. 라고 하는 것이. 고3 때 까지 참아라 하는 것보다는, 내가 너의 고통을 같이 짊어지고, 같이 싸워줄테니까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해쳐나갈지
지미: 이런 얘기를 아이와 하신 적이 있나요?
부1: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왜 나를 이렇게 낳았냐고 말하더라고요.
은율 : 저는 집이 기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밖에서도 냉대를 받고 집에서도 냉대를 받으니까 저는 갈 곳이 없잖아요. 어떤 여성적인 성향 같은 것들, 그런 건 손톱이나 머리가 자라는 것처럼 억누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건데 그런 걸 억누르라는 건 너무 힘든 요구 같아요. 차라리 자존감을 높여주는 말을 하는게… 어차피 감내해야 할 것은 본인 몫인데. 억제시켜서 해결할 수도 없고. 그렇다면 좀 더 수월하게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더 옳지 않을까. 인정해주시는 게 더 좋지 않을가.
모1: 누구를 좋아하고 같이 놀고 그런 건 괜찮지만 표를 내는 건 다른 문제가 생기니까…. 그리고 동성이 아니더라도 남녀더라도 너무 표를 내고 다니면 내가 선생님이라면 문제 삼을 수도 있다. 너도 너무 동성애자라 그렇다는 식으로 생각하진 말아라 라고 말은 하는데…
호림 : 학교를 어렵게 다닐 것인가, 쉽게 다닐 것인가 이 두 가지를 고려하시는 거 같은데 경우의 수는 정말 다양하거든요. 대안학교도 있고, 학교 분위기도 다르고, 전학을 할 수도 있고.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리서치를 해보는 게 우선이지 않나. 그러고 나서 얘기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지 않을까 싶고요. 만약에 리서치를 하고 나서 결과가 좋지 않아서 계속 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매일 매일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상처를 집에서 보듬어 준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 그리고 선배들이라고 할까요. 학교를 나온 트랜스젠더 선배들. 그런 분들 경험담을 많이 들어보고 종합하면 뭐라도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어나더: 다른 분 얘기를 들어볼게요. 여태까지 형과 같이 온 참가자는 없는데 길벗님 얘기가 궁금해요.
길벗 형: 저는 처음에 알게 된 게 군대 가기전인가. 제가 20살 때 였나. 동생은 고등학생이었고. 갑자기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처음에는 남자를 좋아한다고는 안 했어요. 저희 집이 가톨릭 집안이라. 처음에는 양성애자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런 거에 별로 신경은 안 쓰거든요.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그런데 얘가 힘들어하는 게 이제 눈에 보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같이 티비 보면서 부모님이 홍석천을 욕할 때 라던가. 저도 도와주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러다 어느날 동생이 술을 먹으면서 얘기하더라고요. 이런 자리가 있다라고. 같이 갈 생각 있냐고 해서. 대부분 부모님이 오시는 자리지만, 아직은 그런 용기가 없는 거 같아요 부모님한테. 그래서 저라도 받아줘야겠단 생각에 오게 됐습니다.
어나더: 길벗님은 어떻게 커밍아웃을 하게 돼셨나요?
길벗: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지향을 자각했고… 그게 다른 사람에게 반감을 살 수 있다고 느낀건 중학교 때구요.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나 대인관계는 좋았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랑 다 잘 지내는데 내 성적지향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제가 지금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 감추고 스스로를 속이려고 했었죠. 의지할 곳이 없어서 종교에 의지를 하게 됐어요. 제 꿈이 가톨릭 신부기도 했고. 그런데 고 1때 뉴스를 봤는데 프랑스 한 주교가 프랑스 퀴어 축제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 했더라고요. 거기서 부터 갈등이 시작됐고. 내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곳도 나를 싫어하는 구나. 내가 의지할 수 없구나 싶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머물러 있었는데요. 고등학교 때 많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렇게 지내다보니까 많이 회의감이 있더라고요. 대인관계는 좋고 원만하지만 그 안에서도 소외감을 느끼는. 그래서 너무 답답한 나머지 형한테 얘기를 했어요. 자살도 생각하던 시기였고... 다만 형이 반감을 느낄까바 일단 남자’도’ 좋아한다라고 얘기 했어요. 근데 형이 잘 받아주더라고요. 그치만 좀 아쉬웠던 건, 내가 형한테 이런 얘기를 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 문제에 대해 가족과 소통하고 싶단 생각에서 였는데, 제가 힘들어 할까봐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 일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갔거든요. 그리고 그 이후에는 이 부분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싶었고 저 자신을 피곤하게 했어요. 술도 마시고. 여하튼 부모님들과의 마찰이 어땠고 그 마찰이 어떻게 해결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서로간의 마음은 어땠는지 그런 것들을 듣고 싶어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지인: 저도 마찰이 있었죠. 부모들도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잘 몰라요. 이렇게 하면 상처일 거 같고. 궁금하지만 물어봐선 안 될 것 같고. 저도 여기와서 알게 됐는데 부모들이 다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거 같아요.
국화 향기 : 저는 안 지 1년 정도 됐는데, 전 우리 아이가 너무 특이해서 힘들었어요. 안나서도 되는데 아이가 약한 애들을 지켜주려 하다가 왕따도 많이 당하고. 그러다가 중2때 아이가 나 학교 그만 다니고 싶어요. 라고 하더라고요. 아이 일기장에 자살이란 얘기가 너무 많아서 겁났었고... 그러다가 중학교 검정고시를 치루고 고등학교에 보냈는데 또 비슷한 일이 반복 되어서 결국 그만두게 되었고…
어나더 : 따님이 커밍아웃 하시고는 어떤 일이 있었나요?
국화 향기 : 제가 1년간 모른 척 했어요. 충격이 너무 컸었나봐요. 편지를 언제 받았었는지도 잊어버리고. 그땐 정말 받아드리기 싫었어요. 그 아이도 엄마가 아무 반응이 없으니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어나더 : 제논님은 저번 모임 때 처음 오셨는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제논 : 길벗님 얘기를 듣다보니 되게 비슷한 거 같아요. 저희 아들도 카톨릭을 믿다가 이제 그러지 않아요. 성당도 가기 싫다 그러고. 근데 그게 사실 그게 사람들이 만든 거지, 종교 안에서 힘들다고 하는 것은 그 특정 사회에서 적응하기 힘든거죠. 종교적 관계는 다른 거지. 그러다가 걔가 바비를 위한 기도 내용을 알려줬는데, 바비 엄마가 저랑 비슷했더라고요. 그래서 덜컥 겁이났어요. 애가 내 실수 때문에 자살 할 수도 있는 거구나… 여하튼 애가 설명해주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내 상태는 이런 거야. 라고….
투게더: 제가 하고싶은 말은 전 아직 정체화를 안 했어요. 언젠간 부모님한테 얘기는 하고 싶어요. 근데 이쪽 사람들 보면 굳이 얘기 할 필요가 있나? 하고 말 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렇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제 우선순위에 있는 사람들이고. 좀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나의 큰 부분을 모르니까… 근데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국은 약간 부모가 자식을 ‘소유’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각자의 인생인 거고. 그래서 사실 ‘인정’ 해주는 것도 아니고… 서로가 서로로서 소통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용용 : 저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저도 성소수자인데 크리스쳔이거든요. 하나님 모두를 사랑한다고 하시는데 왜 우리에게 이렇게 고통을 주는지 하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다니던 교회도 그만 뒀어요. 동생이 해준 말이 기억나요. 오빠가 게이인 게 싫은 게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오빠한테 게이라고 손가락질 해서 게이인 게 싫다고… 여하튼 모든 종교가 다 반동성애쪽으로 편향되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커밍아웃할 때 그런 걸 참조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어나더: 마지막으로, 저는 길벗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한데요. 앞으로의 계획에 형이 같이 동참한다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부모님에게 커밍아웃 할 계획이 있으신지.
길벗 : 아직까진 없는데요. 얼마전에 어머님이 어렵사리 말하시더라고요. 일기장을 살짝 봤다고. 물론 일기장에 성적 지향말고 다른 문제도 많아요, 잡다해요. 그래서 그냥 아 그러셨어요. 하고 넘어갔죠. 근데 어느 시점부터 살짝 어머니께서 저를 어려워 하시는 게 눈에 보였어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신 건지, 아니면 걱정하고 계신데 말을 못하시고 계신 건지… 하지만 아직까진 제가 준비가 안 된 거 같구요. 좀 다른 계획인데요. 교황청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얘기를 다시 했어요, 최근에. 동성애자이거나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이든 동성애를 하는 사람이든 호의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은 성직을 수행할 수 없고 수도자를 할 수 없다고. 저도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말에 따를 수밖에 없겠죠. 카톨릭 신자 성소수자로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는… 행성인이나 다른 단체들에 차차 발을 들이고 싶구요.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싶습니다. 부모님께 커밍아웃 하는 것은 아직까진 좀 무서워요. 앞으로 이 자리를 빌어 좀 그런 것들을 깨나가고 싶습니다.
모1: 질문이 있는데, 제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지, 아니면 애가 먼저 다가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할지. 동생들이 있는데 동생들 앞에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지미 : 그걸 애한테 먼저 물어보시는 건 어떠세요?
은율 : 저는 아웃팅을 당했는데, 엄마가 묻더라고요. 혹시 남자 좋아하니? 라고. 그래서 맞다고 하니까. 너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성별에 상관 없이 엄마가 정말 잘해줄게 라고 했어요. 그냥 내 아들이고 딸이고, 내 아들 딸이 좋아하는 사람이고 라고 생각하면 더 다가가기 편하지 않을까.
라라 : 제 아이가 굉장히 좋아했던 건 호칭 바꿔준 거거든요. 딸이라고 부르니까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어나더 : 저희 부모님은 굉장히 적개심을 보이고 있으신데… 내가 너를 지지하고 있어 라고 어떤식으로든 표현을 하면 확실히 와닿는 게 다르거든요. 그런 분위기를 계속 형성해주시는 게 좋으실거 같아요.
라라 : 전 위니님에게 되게 궁금했어요. 저는 받아들이고 공부해가는 과정이 되게 힘들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실 수 있었는지.
위니 : 원래 사회문제에 좀 관심이 많았고, 집회도 자주 나가고… 남편이 녹색당 관련 일을 하기도 했었고. 여러 분야의 글도 접할 수도 있었고. 공부를 하는 게 직업하고 연관이 되어있었죠.
어나더 : 이제 소감 나누기를 하려고 하는데요
초이 : 저는 길벗님을 보니까 부모님한테 말하기 전에 안전하게 형제 자매한테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멈무 : 저는 다음 주 아버지 생신이신데…. 생신 기념으로 말씀드려볼까… (웃음) 좋아하는 사람도 소개해주고 싶고. 다음에 여기 부모님이랑 같이 오면 제가 부모님에 대해 좋은 얘기 많이했다고 뻥좀 쳐주세요,
모1 : 처음 왔는데.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구나. 언젠가는 나도 초월할 수 있을 때가 오지 않을까. 다음에는 애를 데리고 와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다림 : 저는 다림이라고 하고 7월달 모임에 왔었구요. 그 때 알려지게 되서 조언을 얻는 게 필요했거든요. 지금 인정 단계는 아니지만 덕분에 조금 풀려가고 있고요.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나왔어요.
희은 : 저도 신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이 정말 반갑네요.
길벗 : 저는 이런 자리가 처음이고, 이러 얘기를 하는 것도 평생에서 처음이에요. 계속 쌓여왔던 응어리를 토해낼 수 있는 시간이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길벗 형 : 저도 처음에 여기 올 때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 지 모르겠고,... 근데 형이나 형제들은 없고. 그래서 제가 형인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제가 열심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김철수 :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닷페이스에서 처음 봤는데요. 울었었어요. 이런 모임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숀: 저희 아버지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전환치료를 목적으로 모인 부모님들로 아신 거에요… 그래서 다시 말씀드렸더니 가기 힘들겠다고 말씀하시고… 그래서 저 혼자라도 나왔어요. 부모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서 오늘 말씀 들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호림: 여기에서의 시간과 공간이 부모님한테 커밍아웃 하는 큰 그림을 그리게 도움을 준 거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장호 : 커밍아웃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해왔었는데 오늘 모임을 계기로 한 층 더 용기가 생긴 거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재윤 : 요즘에 가족관련해서 상담을 되게 많이 하세요 부모님들이. 근데 이런 공간이 정말 부족하거든요. 아무도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이런 자리가 좋은 거 같습니다. 커밍아웃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평생 가는 거거든요. 계속 이해시키고 싸워야하고. 내가 그럴만한 마음의 힘이나 결의가 있는 지 돌아보는 시간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