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모임 4차 정기모임 대화록
2016-05-12 오후 20:24:36
성소수자 부모모임 네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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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4년 7월 29일 화요일 6시
장소: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
참석: 
- 지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옥: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라라: MTF 트랜스젠더(어머니 예상) 자녀를 둔 어머니 (이번 모임에 처음 오셨습니다!)
- 박장군 어머니: 레즈비언 딸을 둔 어머니 (이번 모임에 처음 오셨습니다!)
- 박장군: 레즈비언(어머니만 알고 있음)
- 서진: FTM 트랜스젠더(엄마와 누나가 알고 있음)
- 모리: 게이(부모님과 누나들이 알고 있음)
- 민해리: 퀘스쳐너리 여성(가족들이 모름)
- 다솜: 양성애자 여성(가족들이 모름)
 
속기: 모리
(속기는 네 분 어머니의 동의를 받은 뒤 진행했습니다. 이야기를 기록하기 원하지 않으시면 기록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인터넷에 공개 전에 네 분 어머니의 검토를 받았습니다.)
 
 
 
 
모리: 그럼 자기소개와 간단한 근황 나눔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오늘은 새로 오신 분이 많네요. 저부터 소개할게요. 저는 동인련에서 활동하는 모리라고 합니다. 스물 다섯 살 정도 된 것 같구요, 남성 동성애자입니다. 부모님과 누나 둘 모두 3년 전부터 제가 동성애자인 걸 알고 있고, 처음에 크게 싸워서 한동안 말 안하다가 부모님과는 2년 전에 화해했다가, 얼마 전에 다시 싸워서 사이가 안 좋은 상태입니다.
 
서진: 송서진이라고 하구요,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입니다. FTM은 태어날 때 등록된 성별이 여성이고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성별은 남성인 경우예요. 지금은 학교 졸업하고 알바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에게는 4월인가 6월인가 커밍아웃을 했어요. 엄마와 누나가 알고 있는건데, 누나는 알아서 친구들이랑 속풀이한 것 같고, 엄마는 초반에는 괜찮은 것 같다가 나중에 약간 후폭풍을 겪은 것 같아요. 지금은 먼저 손을 뻗기는 제가 자존심이 있어서 어물쩡하게 있는 상태예요. 엄마는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는 말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것 같고. 누나가 엄마한테 수술 비용이라던가 그런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제 앞에서는 말하려고 하지 않으셔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어요.
 
지인: 재작년 말에 둘째 아들이 게이인 걸 알게 됐어요. 그때는 어려서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아들한테 말도 안된다고 말하면서 마찰이 심했었어요. 그러다 ‘도대체 이게 뭔가’ 하는 생각에 자료를 많이 찾아봤어요. 아이가 학교생활을 힘들게 했었거든요. 아이가 미국에 있길 원하고 미국에서 편하게 게이들 만날 수 있게 해주려고 놔두고, 몇 달 전 저는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내내 아이가 힘들었던 것도 못 알아준 것이 미안하여 매일 자책하며 울면서 지냈었어요. 그러다 동인련에 전화해서 성소수자 부모님들을 좀 만나게 해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여기에 처음 와서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성소수자 당사자인 동인련 회원들이 잘 살고 있는 거 보면서 성소수자의 삶도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고요. 우리 자녀들도 오랜 기간 어릴 때부터 힘들었더라구요. 부모들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니 시간이 필요하지요. 결국 아이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옥: 지금 아들이 서른 하나인데, 착하고 흠잡을 데 없는 아들이었어요. 그전부터 자기는 행복해야 한다고 했었거든요. 근데 저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왜 이런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나?’ 했었어요. 아들이 스물 두살 때 엄마한테 할 말이 있다고 했는데, 딱 마음에 오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여성스럽긴 했는데, “엄마 나 게이야” 하니까, 여성스러운 남자가 아니라 게이구나. 그래서 그냥 받아들였어요. 그러고 나서 아빠한테 말했을 때부터 안 좋았어요. 아빠는 남이 그런 건 인정해도 자기 아들이 그런 건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어요. 힘들었어요. 어떨 땐 남편이 나한테 뒤집어 씌우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아빠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아요. 이 세상에 남자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데, 강하게 키우고 싶은데 애가 여린 게 걱정이 됐던 것 같아요. 아들은 그 후에 여기저기 활동을 했어요. 자기가 행복하려면 학문도 아니고 자기를 더 많이 알아야 할 것 같다고. 아들이 책을 줬는데, 그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되게 기억에 남아요. 아들이 게이인 걸 알게 된 엄마가 계속 기도를 했대요. 아들은 그걸 보고 마음이 너무 아픈거예요. 그래서 자살을 했대요. 그 이야기를 읽고 깜짝 놀랐어요. 
 
서진: 그 이야기가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인 것 같아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래요.
 
라라: 저도 그 책 좀 알려주세요. 저는 대전에서 살고 있는데 요즘 잠깐 인천에 올라와서 지내고 있어요.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우리 아들은 트랜스젠더인 것 같아요. 저희 아이도 “엄마 난 예뻐지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어”라고 했었거든요. 표현은 예뻐지고 싶다고 하는데 그게 여성스러워지고 싶다는 말인 것 같아요. 지금 스무 살인데, 열아홉까지 2년 간은 미용사 생활을 했어요. 학교 다닐 때 적응을 잘 못했어요. 어릴 때부터 여자 같다고 놀림을 당했는데,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아빠 닮아서 그렇겠거니 했거든요. 아빠가 되게 부드러운 이미지예요. 요리하는거 좋아하고 애들 돌봐주는 거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그냥 아빠 닮은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컸는데,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아이가 학교를 너무 다니기 싫어했어요. 긴 머리를 자르는 것도 싫어했고, 교복 입는 것도 싫어했어요. 제 동생이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데, 아이가 그걸 보고 자기도 홈스쿨링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학교 그만둔 이후의 계획을 엄청 자세하게 써와서 보여주더라구요. 그래서 반대 안하고 그러라고 했어요. 큰아이라 믿고 잘 생활하겠지, 하면서 서울로 보내줬거든요. 그렇게 서울에서 미용사 일 배우면서 2년이 지났는데, 생활에 회의감이 왔나봐요. 미용사 일 그만두고 메이크업 쪽으로 배운다고 전문학교에 갔어요. 아들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학교 교수님이 이야기를 해줘서 알게 됐어요.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알고는 있었어요. 오가는거 전화도 듣고. 중요한건 선생님이 굉장히 걱정을 하는 거예요. 학교다니면서 밥도 잘 안 먹고, 남자친구가 양성애자인데 그래서 애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괴로워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애랑 헤어지게 부모님이 손을 써줘야하는거 아니냐고. 그런데 그 말은 선뜻 나오지 않다라구요. 아이가 성년인데 부모가 그렇게 말하는 게 맞나, 하고 있었어요. 근데 작년에 느닷없이 경찰서에서 전화가 한 통 왔어요. 아이가 자살하려고 해서 데리고 있으니 데려가시라고. 남자친구랑 싸우고 강에서 뛰어내리려고 한 것 같아요. 싸운 이유는 못 들었는데, 사랑하기도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상황이니까 다른 생각은 하나도 안 들고, 그냥 ‘집에 데려가야겠구나’, ‘우리 아들 죽겠구나’하는 생각만 들더라구요. (눈물) 자기도 잘못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파출소에서 본인들도 헤어지기로 합의를 하고 집으로 데려왔어요. 근데 강제로 떼어놓은거잖아요. 사실 우리도 부부싸움하다가 화가 나서 그런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정말 죽으려고 한게 아니라. 근데 저희 부부는 ‘얘를 이렇게 뒀다가는 아들 하나 잃겠다’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래서 짐도 다 싸가지고 데려왔는데, 일주일도 안되어서 편지 써놓고 야반도주를 했어요. “성공해서 돌아올게”라고 써놓고. 찾으려고 서울에 올라가서 남자친구 집으로 가보려고 했는데 그때 그 파출소에서 주소를 안 알려주더라구요. 그래서 전입주소를 찾아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를 만났어요. 남자친구 자취방에 있더라구요. 알고보니까 남자친구가 대전에 데리러 왔던 거예요. 아이가 그러더라구요. 아이가 9월생인데, 한 달만 더 있으면 자기가 살고 싶은 사람과 살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거에요. 한동안은 저희 부부가 상처가 되게 심했어요. 아들 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고. 지금은 아들이 미안해하고 있는 상황이고, 아들하고 좀 친해지고 싶어서 왔어요. 
 
다솜: 양성애자고 학생입니다. 초등학생때부터 내가 혹시 그런 건 아닐까, 했고 중학생때 쯤 ‘그렇구나, 나는 양성애구나’ 했어요. 어릴 때부터 FTM 트랜스젠더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에게만 (제 정체성을) 이야기했었고요. 엄마는 저한테 트랜스젠더 친구가 있다는 걸 아세요. 저한텐 그게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니까, 친구들 이야기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친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그 친구랑 어울리고 있으니까 엄마가 걱정을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얼마 전에도 “우리나라에도 퀴어 퍼레이드가 있다더라, 너는 그런 곳 가지 마”라고 말씀하시고. 그래도 제가 겉으론 티가 덜 나는 것 때문인지 부모님은 제가 여자를 사귈 거라곤 생각 못하고 계신 것 같고요.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는데 동생들은 눈치를 채고 있는 것 같아요.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도 어차피 결혼할 거라며 양성애자를 싫어하는 경향들이 있는데, 부모님한테 말씀 드리면 아무래도 양성애자니까 “그래도 남자랑 결혼할 수 있는 거 아니냐?” 하실 것 같은 게 고민이에요. 저는 제 친구들한테는 커밍아웃을 했어요. 학교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나 친한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러냐” 하고 받아들였고요. 부모님한테도 커밍아웃을 하고 싶은데, 커밍아웃을 좀 ‘잘’ 하고 싶은 거에요. 제 주변 친구들을 보면 자기도 몰려있는 상황에서 폭탄선언하듯이 이야기하거나, 본인은 아직 말할 생각이 없었는데 어떻게 알려지게 되어서 힘든 시기를 보낸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잘 이야기할 수 있을까’, ‘덜 상처 주고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왔어요. 
 
민해리: 직장인이고 퀘스쳐너리(Questionary)입니다. 퀘스쳐너리는 쉽게 설명하자면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인데요, 저는 연애 욕구도 다른 사람에 비해 없는 것 같고. 연애를 하긴 했는데 사랑했던 건 아닌 것 같고. 오늘은 박장군이랑 친한 친구여서 함께 오게 되었고, 부모님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지인: 얼마 전에 한채윤씨 강의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 같은 것만 알았는데 무성애자도 있더라구요.
 
민해리: 저는 무성애자와는 다른 것 같아요. 부모님 사이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관계에 대한 두려움도 좀 있는 것 같아요. 정체성 보다는 감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박장군 어머니: 제가 처음 우리 아이한테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장난하는 줄 알았어요. 그냥 엄마를 한번 쇼크를 주려는 줄 알고. 그래서 들어도 마음에 받아 들여지지 못했어요. 무시할 수도 없어서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애한테도 뭐라고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자기도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까. 부모로서 자식에게 단죄하듯이 할 수가 없더라구요. 어느날 딸이 이런 모임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가 좀 덜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했어요. 근데 전 여기 오는 것조차도 받아들일 수가 없더라구요. 아이와도 이야기를 해본적이 없어요. 그 이야기를 하는 것 조차 힘들었어요. 그래서 아이한테 “시간을 갖고 생각을 해보자. 사람은 바뀔 수 있는 거니까”라고 했어요. 아빠한테도 이야기 안 하고. 한숨만 나오는거에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래서 어릴적부터 어땠나 생각을 해봤어요. 엄마들은 딸한테 예쁜 옷 입히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근데 얘는 어릴 때부터 예쁜 옷 입히면 거부를 했어요. 운동을 좋아하고. 태권도도 잘했어요. 성장과정을 나름대로 정리를 하면서 이해를 하려고, 이해를 하면 준비가 될 것 같았어요. 그런 후에 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동안엔 “우리 딸 사랑해” 이렇게 문자만 보내고. 근데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기가 행복할 수 있는 대로 살 수 있어야 하잖아요. 부모 마음대로 자식이 해주는 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어요. 사춘기가 지나면 아이의 생각이 중요한거지. 아이가 상처 받을까봐 ‘엄마 힘들다’ 한마디도 못했어요. 오늘 모임 오기까지도 힘들었어요. 사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속상해요. (눈물) 내가 이래서 안 올려고 했거든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지켜볼려구요. 우리 아이를 믿기 때문에 지켜볼려구요. 어떤 계기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지인: 그래도 저보다 훨씬 슬기롭게 하고 계신 것 같아요.
 
박장군 어머니: 아이가 친구들이 많았어요. 남자애들이랑도 친하고. 근데 남자애들을 이겨먹어요. 여자애들을 또 좋아해요.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고등학교 때도 시험기간에 학원에서 밤늦게 오면 엄마들이 걱정하잖아요. 친구 엄마들이 자기 딸한테 전화해서 “누구랑 있어?”했는데 우리 딸이랑 있다고하면 걱정을 안하고 그랬어요. 내 아이지만 이렇게 잘 자라줘서 뿌듯한게 있었거든요. 대학 때도 배낭 하나 메고 해외로 보내줬어요. 다른 집 같았으면 어디 여자애 혼자 그렇게 보내요. 미쳤다고 하죠. 근데 애를 믿으니까. 저는 굉장히 든든했어요. 똑부러지게 일도 했고. 그래서 더 상처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내가 이런 말을 해도 우리 아이가 이해해주리라는 걸 믿으니까. 마음 속에 응어리진 거. 그 풀지 못하는 실타래. 여기 와서 어머니들 이야기 들으면서 위로를 받아요. 그런데 사람인지라 안되는 게 있잖아요. 다른 어머니들 이야기도 듣고, 책도 읽고. 누구나 답을 찾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아요. 답답하긴 해요. 아직 사회에서 바라봐주는게 마치 시베리아 벌판에 옷 하나 걸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에요. 사회에서 이해를 하고, 오픈된 마음으로 웃으면서 이야기하려면 얼마나 더 걸릴까. 아직은 시기상조인 거죠.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우리 아이가 얼마나 힘들까, 그게 걱정이죠.
 
박장군: 엄마가 이렇게 울까봐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전부터 “엄마 나 결혼 안 할 거야”라고 말하긴 했는데 엄마도 제 친구들이 결혼하는 거 보면 비교가 되잖아요. 이러나 저러나 속상한 건 마찬가지 일 것 같고, 제가 첫 애인부터 계속 엄마한테 보여드리고 그래서 엄마도 조금은 알고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전혀 모르셨더라구요. 저는 학교 다닐 때 사실 호모포비아였어요. 사람들이 “혹시 너 이런거 아니니?” 하면 그런 말이 듣기 싫어서 오히려 지나가는 애들보고 “쟤들 이상하다” 그랬어요. 그러다 대학생 2학년때 인정을 했어요. 제가 오래 걸린 것처럼 엄마도 오래 걸릴 것 같긴 했는데 엄마는 더 힘들 것 같았어요. 저만 인정하는게 아니라 그걸 인정하는 엄마도 인정해야하니까. 엄마한테 커밍아웃하는게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알고 지내는 언니들도 “뭐하러 부모님 가슴 아프게 해, 그냥 평생 안고 가” 이러더라구요. 근데 한계점이 온 것 같았어요. 엄마가 “어디 갔다 왔어?” 하고 물어도 “애인이랑 어디어디 갔다 왔어”라고 말할 수가 없으니까. 근데 모르겠어요. 말한 게 잘한 건지. 엄마와 자식 간의 그것만 안 깨지고 순탄하게 갔으면 싶어요. 제 욕심일 수도 있지만 그런 바람이 있어요. 누구나 자식을 열심히 키워주셨겠지만, 저는 그걸 느끼거든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는 걸. 엄마는 이걸 어디 가서 이야기하실 데가 없잖아요. 그래서 몇개월 전부터 오자오자 했어요. 
 
지인: 따님이 참 성숙하고 생각도 깊고 그러네요. 엄마 생각도 많이 하고. 어떠세요? 오늘 오신 게 나은 것 같으세요?
 
박장군 어머니: 어차피 아이 선택이 그런 거라면 무지하게 있는 것보단 이해하고 있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오늘 와보니까 혼자 마음 속에 있던 게 풀어진 것 같아요. ‘스스로 세상을 등지려고도 하는구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잖아요. 이성을 사랑하면서 행복할 수도 있는 거고. 그게 동성이 될 수도 있는 거고. 그게 오히려 행복할 수 있다면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지인: 제가 한채윤씨 강의에서도 듣고 책에서도 본 건데, 이성애자 동성애자가 딱 나눠져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다 그 사이의 무수히 많은 지점에 있는 거래요. 그리고 아까 엄마한테 커밍아웃 하는게 나은가 물으셨는데, 저 같은 경우는 하는게 나은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이 다 지나갔지만, 저도 몰랐다가 더 나중에 애가 혼자 괴로워한걸 알게 되면 훨씬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옥: 우리 아이는 커밍아웃 하기 전에는 마음이 갑갑했는데 이야기하고 나니까 그게 없어졌대요. 근데 그게 나한테 온 것 같은 거에요. 갑갑한 게. 저는 친척들한테 다 이야기를 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그 애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까. 책에 조부모한테는 이야기 안하는 게 좋다고 되어 있어서 조부모님한텐 이야기 안 하고.
 
박장군 어머니: 근데 언제 아셨어요? 
 
옥: 아들이 대학 2학년 때 알았어요. 22살인가. 그 후로 3년은 힘들었어요. 아빠하고도 힘들고, 저도 힘들고. 저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죠. 아이한테는 “아무렇지 않아”라고 하면서도. 남편이랑도 더 힘들고. 아이는 혼자 막 찾아 보더라구요. 책도 읽고, 논문도 읽고, 여기 와서 활동도 하고. 얘는 처음에 친척들 다 모이는 자리에서 영화를 보게 됐는데 동성애 나오는 영화(브로크백 마운틴)를 보자고 하더라구요. 모르고 봤는데, 아빠는 그냥 떨떠름한 표정이고, 나는 그냥 부인들이 너무 불쌍하다고만 생각했어요.
 
지인: ‘바비를 위한 기도’라는 영화가 있거든요. 거기서 애가 자살을 해요.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그걸 보고 좀 느끼라고 애 형이 영화를 애 아빠랑 저한테 보여줬죠. 그래서 책을 찾아봤는데 동성애자가 자살 시도하는 수치가 엄청 높더라구요. 
 
모리: 트랜스젠더는 더 높아요.
 
라라: 예전에 트랜스젠더 배우인지 가수인지 자살한 사람 있잖아요. 수술을 했는데도 자살을 하더라구요. 
 
서진: 누군진 잘 모르겠지만 수술이 가장 큰 목표였는데 수술 이후의 삶이 생각했던 것처럼 좋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지인: 근데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제 생각엔, 우리가 연애를 하다가 실연 당하기도 하고 힘든 일도 겪지만 자기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이겨내거든요. 자존감이 낮아서 그럴 수도 있어요.
 
라라: 저희 애도 자존감이 낮아요.
 
박장군: 오늘 저희 엄마가 어두운 이야기만 듣고 가실 것 같아서 좀 걱정인데요, 사실 저희들은 정말 재밌게 살고 있어요. 근데 부모님이랑 이야기하면 그런 진지한 이야기만 하게 되니까 어두운 부분만 보시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지인: 그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여자 같은 남자애들은 많이 놀림을 받아요. 근데 여자는 남자 같으면 멋있다고 그래요.
 
박장군: 맞아요. 그렇긴 해요. 근데 레즈비언도 왕따 당하고 괴롭힘 당하는 경우도 많아요. 제가 말하고 싶은건, 제 주변에 파트너랑 결혼한 것처럼 살고 있는 언니가 있어요. 그 언니들도 학창시절부터 계속 레즈비언이었을 거고, 제가 살아갈 삶들을 살았을 거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갈수록 걱정이 없어지고 있어요.
 
다솜: 그래서 커뮤니티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다들 어느 정도는 저처럼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당시의 친구한테 살짝 운을 띄워봤는데 그 친구가 되게 당황하더라구요. 그제서야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그 친구 반응에 놀라서 이후로는 숨겼고. 전 작년에 동인련에 처음 왔는데, 어떤 커뮤니티에 속하는 것과 속하지 않은 것의 차이는 엄청 커요. 커뮤니티를 접하지 않은 경우는 세상에 나 혼자인 것처럼 느껴진대도 맞을걸요.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정체성을 숨기려면 끝없이 거짓말을 해야하거든요. 근데 여기 나와서 내 또래,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그 경험이 참 큰 것 같아요. 올해 호모포비아들이 퀴어문화축제에 왔는데, 저는 원래 혐오 발언들에 상처를 받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날 집에 돌아오면서 처음으로 그런 사람들의 존재가 속상했어요. 제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것과 상관 없이 우리 엄마 아빠는 이런 세상에 제가 살고 있다는 걸 알면 얼마나 힘들어할까 하고요. 전 친구들이 있고 커뮤니티가 있고, 그런 호모포비아는 무섭지 않아요. 세상이 무서운 게 아니라 부모님이 받으실 상처가 무서운 거예요. 맏딸이라 부모님 두분 다 기대하는 바도 많으신데, 걱정하고 상처 받지 않으실까.
 
박장군 어머니: 당연히 상처는 받죠. 언제 받아도 받긴 할 텐데, 일단은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되었을 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다솜: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일단은 자립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서진: 아까 얘기하던 것 중에 ‘재밌게 잘 산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되게 재밌게 잘 놀거든요. 근데 집에서 받아들여주지 않으니까, 행복한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는 거예요. 
 
박장군: 엄마가 카카오스토리 친구 신청을 했는데, 여기 내가 레즈비언으로서 사는 모습이 다 있어서 그 행복한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는 거예요. 완전히 직면하는 거니까. 근데 엄마가 “너는 왜 엄마 친구수락을 안해주는 거냐”고 하시더라구요. 엄마가 내심 친해지고 싶으셨던것 같아요.
 
라라: 근데 부모 마음은 똑같아요. 행복한 거 보고싶죠.
 
지인: 맞아요.
 
박장군: 아까도 애인을 데려올까 생각했는데 애인이 부담 드리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라라: 우리 아들도 좀 가볍게 만났으면 좋겠어요. 너무 그 관계 속에만 있으니까.
 
지인: 보통 레즈비언 커플이 게이 커플보다 오래 간대요.
 
라라: 근데 우리 아들 같은 케이스는 양성애자에다 트랜스젠더잖아요.
 
다솜: 트랜스젠더는 애인이 정체성에 대해 이해하는 수준이 중요한 것 같아요.
 
라라: 이해를 잘 해줄지 걱정이에요. 우리 아이가 상대적으로 여리기도 하고 여성스럽기도 하고, 자존감이 낮기도 하거든요. 근데 애인이라는 그 아이는 보니까 그렇지 않고, 연예인 뺨치게 너무 잘생긴 거예요. 학교도 좋은 곳 다니고. 나 같아도 좋아할 것 같은 거야. (웃음) 파출소에서 처음 만났는데, 우리 아들만 걔를 너무 좋아해서 상처 받으면 어쩌나. 우리 애가 너무 애인한테 희생하는 게 아닌가. 3년 가까이 만나고 있어요. 처음엔 몰랐죠. 그냥 아는 형이라고 했어요.
 
모리: 근데 대전까지 와서 데려갈 정도면 엄청 좋아하는 거 같은데.
 
라라: 작년엔 생활비도 안 보내주고 그랬는데 정말 잘 지내더라구요. 같이 개도 키우고. 어디 갔다왔다길래 어디 갔냐고 했더니 “어, 형이 기말고사 끝나서 여행 갔다왔어.” 이러더라구요. ‘그냥 평범한 애인처럼 지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인들이 행복하면 되는 거 아닌가. 
 
서진: 부러워요.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겨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도 인기는 많습니다. (웃음)
 
지인: 아까 다솜씨도 커뮤니티 강조하셨는데, 좀 많이 만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애인만 알다가 혹시 헤어지게 되면 의지할 사람이 없잖아요.
 
라라: 그래서 동인련을 소개시켜주려고요.
 
다솜: 성소수자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생각보다 많아요.
 
박장군: 정말 많아요. 
 
서진: 우리끼린 다 알아보죠.
 
모리: 근데 게이는 알아보기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손 잡고 못 가고.
 
다솜: 얼마 전에 베어(곰처럼 덩치 큰 게이를 뜻하는 말) 두 명이 손을 잡고 가는 걸 본 적 있어요. 되게 보기 좋고 부럽더라구요. 
 
지인: 일단 덩치가 크면 누가 뭐라고 못할 것 같아요. (웃음)
 
 
 
 
 
 
 
박장군 어머니: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잘못 키웠나’. 그래서 나의 생활 태도도 한 번 되돌아보고. 뭐든지 저 안의 저하고 외관에 보여지는 저하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거예요. 
 
박장군: 저는 엄마 말에는 반대하는 게, 저는 엄마가 정말 잘 키워줬다고 생각해요. 정말 행복한 레즈비언으로 자랐어요. 가끔 옛날 친구들 만나면 저한테 잘 지내냐고 묻는 게 아니라 어머니 잘 지내시냐고 물을 만큼. 
 
지인: 저는 그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파고들어서 연구를 했었어요. 거기다 제가 상담 심리 공부 하고 있기도 하고. 근데 심리학자들마다 말이 다 달라요. 프로이트는 강한 엄마와 무관심한 아버지 뭐 이랬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그것도 아니고, 다르게 말하는 사람도 많고.
 
 
어째서 우리 아이가 동성애자인 거죠?
 
“딸이 커밍아웃 했던 밤, 전 몇 시간 동안 인터넷으로 공부를 했어요. 제가 뭘 잘못했길래 우리 애를 이렇게 만들어버렸는지 알아야 했거든요.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하고, 울고, 그리고 좀 더 우는 동안 전 제가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건 그저 그 아이의 본모습일 뿐이니까요.”
~레즈비언 딸을 둔 어머니
 
이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몇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누구도, 그 어떤 것도 당신의 자녀를 성소수자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성소수자는 모든 형태의 가족에서 나타납니다. 아주 종교적인 가족부터 신을 믿지 않는 가족까지, 보수적인 가족부터 진보적인 가족까지, 모든 인종과 모든 경제적 배경을 가진 가족에서 나타납니다. 어떤 이들은 권위적인 어머니를, 어떤 이들은 권위적인 아버지를 가졌습니다. 어떤 성소수자들은 외동인 반면, 어떤 성소수자들은 막내이거나, 둘째이거나, 맏이입니다. 가족 중에 동성애자인 형제자매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을 수도, 부모가 둘 다 있는 가정에서 자랐을 수도, 양부모 가정에서 자랐을 수도 있습니다. 성소수자는 크고 작은 모든 종류의 집단에서 나타납니다. 후천적인 요소가 아이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근거를 가진, 학술적 인정을 받은 어떤 연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2. 내 유전자인가요? 
많은 부모들이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유전적이거나 생물학적인 원인이 있는지 궁금해 합니다. 유전자, 태어난 순서, 임신 중 호르몬에 대한 연구가 있긴 하지만, 아무것도 결론 난 것은 없습니다.
 
3.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은 바뀔 수 없습니다. 
모든 주요 의학회와 심리학회는 누군가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바꾸려는 시도는 아무 효과가 없으며, 그러한 시도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출처: 성소수자 부모가이드 '사랑이 많은 가족' 중 ( http://cafe.naver.com/rainbowmamapapa/27
 
 
 
박장군 어머니: 그리고 제가 느끼기엔 주변에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을진데, 그걸 혼자 고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인: 많겠죠. 그런데 상담을 받으러 오는데도 상담해주는 사람들도 잘 모르거나 편견을 갖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아직도 우리나라는 전문가들도 각자 생각이 다 다르더라구요.
 
박장군: 제가 요즘 사십대 레즈비언 언니들을 만나보면, ‘결혼하고 애 낳고 난 뒤에 그때 내 인생을 살겠다’ 하고 나온 분들이 있어요. 근데 만약에 내가 레즈비언인 걸 몰랐고, “사회화”가 너무 잘 되어서 그냥 이성애자의 삶을 살면서 자식도 있고 남편도 있을 때 그때 레즈비언인 걸 깨달으면 이미 너무 늦었고 더 괴로울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가 여행도 보내주시고 보통 어머니들처럼 틀에 갇힌 얘기 안하고 해서 저는 낙천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스스로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된 것 같고. 그래서 이런 엄마라서 좋아요. 저는 지금 엄마한테 너무 감사해요. 잘 키워주셔서.
 
다솜: 부모님이 제일 바라는 건 제 행복일 텐데, 저는 이걸 숨겨서 행복할 것 같지 않아요. 지금은 확실히 알아요. 그렇게는 행복할 수 없다는 걸. 
 
박장군 어머니: 근데 양성애자면 나중에 정말 끌리는 이성과 만나면 결혼할 수도 있는 거예요?
 
다솜: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성소수자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못할 것 같아요.
 
지인: 근데 좀 이른 것 같아요. 
 
다솜: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게 걱정이죠.
 
옥: 동인련에서 활동하시는 것도 부모님이 모르죠? 일단 여기서 활동하는 것부터 이야기하면 어때요?
 
다솜: 작년 육우당 10주기 추모문화제 때 제가 공연을 했어요. 그래도 엄마가 좀 열려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서 엄마한테 운을 띄웠어요. 나는 인권에 관심이 많으니까 이런 걸 한다고, 어떤 행사인지 살짝 말했는데, 엄마가 좀 당황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겁이 나서 다시 숨어버렸어요. 
 
박장군 어머니: 저는 예전에 딸이 남자친구 만난다고 했을 때 너무 좋았거든요. 
 
박장군: 제가 남자를 안 만나본 게 아니에요. 남자를 진지하게 만나봤는데, 만나도 그냥 진짜 형동생 같았어요. 그땐 그냥 ‘사랑은 영화에만 나오는거라고 생각하고 현실은 이런 거구나’하고 생각 했었어요. 그러다가 한 여자애를 만나고 나서 사랑을 알았어요. 그 전까지는 사랑이 아니었던 거예요. 
 
라라: 저는 잘못 키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 커플 친구들이었는데, 그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면서 보게 된 영화가 ‘헤드윅’이었어요. 그 전에도 ‘내 어머니의 모든 것’, 뭐 이런 영화들을 봤거든요. 물론 구체적으로 동성애가 나온 건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무슨 생각을 했냐면, ‘너가 그런 영화와 책을 봐서, 태교를 잘못해서 그렇게 된 거야’. 그리고 저는 기독교 교인으로 생활을 했기 때문에, 기독교에는 명시되어 있는 게 있잖아요. 어느 날 우리 아이 모습을 보고 목사님이 “아이가 성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힘들어하고 있다”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선천적인 것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 목사님이 “그게 선천적인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해서 입이 딱 닫혔어요. 근데 저는 만약 하나님이랑 우리 아들이랑 선택하라면 종교를 과감히 버릴 생각이에요.
 
박장군: 그 성경이라는 게, 성경은 그대로인데 그걸 읽는 세대가 달라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걸 이야기 하려는 사람은 직접 성경을 제대로 읽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기독교가 아니라 목사를 믿는 거잖아요. 
 
지인: 미국을 보면 지금처럼 그렇게 지지하는 분위기로 바뀐게 부모들이 나서서 그런 것 같아요. 당사자들이 운동하는 것보다 부모가 운동하는게 더 강력한게, 사람들이 부모가 지지한다 그러면 뭐라고 못하거든요. 이번 퀴어문화축제 참여했을 때도, 그 날은 하루 종일 싸운 것 같아요. 근데 그러면서 지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그날도 당사자들보다 부모들이 일반 사람들한테 더 먹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푯말 들고 있었더니 사람들이 사진도 많이 찍어갔어요. 트위터에 올려도 되냐고 하면서. 제가 너무 앞서간 이야기를 했나? 
 
라라: 저는 좀 개인주의자라 정치나 사회에 관심 없이 살아서 인권이나 이런 곳에 관심이 없었는데,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지인: 사실 저도 목표는 거창하게 사회까진 아니고 일단 상담자들부터 바꾸려고 해요. 상담하려고 왔는데 이상한 소리나 하고. 그리고 우리는, 자식들 제일 걱정하는게 사회의 편견인데, 정말 더 문제는 가족이에요. 가족만 힘이 되어주면 아무리 힘들어도 자살까지 가진 않는 것 같아요. 요즘 가끔 티비에서 트랜스젠더인 사람들이 나오잖아요. EBS ‘용서’에도 나오고, 성형수술 시켜주는 프로그램 ‘렛미인’에도 나오더라구요. 
 
라라: 우리 애는 예뻐지고 싶은 게 꿈이래요. 예뻐지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예뻐지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봐요. 근데 그게 무슨 뜻인지는 말을 안 해줘요.
 
서진: 그 안의 이야기를 말해야 하는데.
 
라라: 근데 그걸 이야기를 못 하는 거죠. 수술하고 싶은 부위도 얼굴 어디어디만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데, 다른 부분은 이야기하질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서진: 성소수자 자녀들은 항상 부모님을 재보고 있는 것 같아요.
 
모리: 저도 어릴 때부터 계속 부모님을 재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빠가 뭐라고 말하는 걸 듣고 ‘아, 말하면 안되겠구나’ 했던 것들이 되게 많았거든요. 근데 아빠가 제가 게이인 걸 알고 나서 물어봤더니 그런 말 했던 걸 기억도 못하고 있더라구요. 사실 말해도 되는 거였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라라님 같은 경우는 부모 쪽에서 먼저 다가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라라: 자주 소통하고 완전히 이해하게 되면, 자식이 그런 말 들어도 ‘저건 아니겠지’하는 수준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게 필요한 것 같아요.
 
박장군: 근데 저희도 노력해야죠.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효도는 정말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는 것 같아요. 
 
라라: 밝은 곳에서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면 좋겠어요. 유명인 같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잘 살고 있는 모습들이요.
 
다솜: 20대 30대 이후에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는 건 부모님도 그렇지만 성소수자 본인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직까지 나이 많은 성소수자들이 잘 드러나 있지 않거든요.
 
모리: 네. 시간이 늦어져서 이쯤에서 오늘 모임을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요, 혹시 오늘 모임의 소감을 말하고 싶으신 분이 있으면 듣겠습니다.
 
박장군: 전 저희 엄마 소감 듣고 싶어요!
 
박장군 어머니: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건 죄가 될지언정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사랑이잖아요. 대상이 다른 게 잘못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돼요. 자녀가 행복할 수 있으면 뒤에서 지지해주는게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은 초기라서 고민도 많고 해결해야 할 것도 많고. 이걸 정착화하려면 부모들이 얼마나 노력해야겠어요. 그래서 환하게 웃을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음지에서 내가 왜 이렇게 태어났나 울고 있거나, 상담자도 전문가도 없고 막다른 골목에 있을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이건 국가 차원에서도 대안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왜냐면 전체 인구에 5프로, 10프로라면 엄청나잖아요. 숨어 있는 사람은 그 보다 더 많을 수도 있고. 개인의 각자의 타고난 인생인데 꽃피우지도 못하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 모임에 몇 번을 고민하고 왔는데 참 잘 온 것 같아요. 
 
라라: 우선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어머니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실 굉장히 오랫동안 소망하고 있었는데, 멀기도 하고 또 아이랑 같이 살면 계속 생각이 날 텐데 따로 살아서 그냥 ‘잘 있겠지’하고 있었거든요. 아들하고 더 친해지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힘든 과정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여기 있는 다른 분들보다 더 아들이 독특한 것 같아서요. 오늘따라 우리 아들이 너무 보고 싶네요.
 
민해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 좀 다른 문제를 가지고 와서 이야기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부모님들 말씀 너무 잘 들었고, 앞으로도 나와보고 싶습니다.
 
다솜: 전 사실 이 모임에 예전부터 나와보고 싶었어요. 부모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 나는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까, 하는 고민이 컸고, 나는 당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부모님한테 죄스러워하는 모순을 풀고 싶었거든요. 근데 여기가 부모님들만 올 수 있는 곳인 줄 알고 못 오고 있었어요. 저도 이렇게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서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에 제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양성애자인지 혹은 레즈비언인지.
 
지인: 근데 그걸 꼭 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전혀.
 
라라: 맞아요. 그런 명칭 자체도 너무 웃기지 않아요?
 
다솜: 그런가요? 아무튼 좋은 말씀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지인: 자녀 입장의 분들과 함께 이야기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라라: 맞아요. 내 자식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자녀들 생각도 알 수 있는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