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을 끊고 평등을 잇는 2022인 릴레이 단식행동 ‘평등한끼’ 돌입 선포 기자회견
혐오정치를 끊고 삶의 자유와 평등한 존엄을 이을 성소수자 운동
길벗 (성소수자부모모임)
19대 대선에는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말을 TV 토론에서 공공연히 하고, 작년 보궐선거에는 20년 이상 역사를 지닌 퀴어문화축제를 두고 거부할 권리를 주창하더니, 20대 대선에서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가 모종의 공약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9일, 그 공약을 내세운 대선후보가 결국 당선되었습니다.
성소수자는 그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정쟁 거리이자 정략적 도구로써 정치권으로부터 활용되는 것에 더해, 이제는 그 외연이 확장되어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가 정치적 이념이자 문화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시민사회의 지적과 질타로 겨우내 사과나 유감 표명을 끌어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너무나 당당한 낯짝으로 평등과 존엄의 가치를 훼손하는 폭거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된 상황에 잠시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끝내 차별과 혐오를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가져온 정부와 정치권에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익숙하다 싶었습니다. 성소수자로서 일상 속에서 마주했던 차별과 혐오, 그에 따른 부당처우와 불이익에 늘 두려워했고 또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이 익숙하다는 감정이 한스럽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익숙하게, 아니 끈질기게 저항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수십 년 동안 성소수자로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투쟁해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세상이 다시 또 후퇴한 것 같아보여도,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가는 길이 더 멀어진 것 같더라도, 우리는 분명 진일보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이어왔던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과 <내일을 여는 극장>을 통해 전국 각지의 시민들과 만난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이 사회에 차별과 혐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 현실을 더욱 섬세하게 감각하고 주목하는 이들 또한 많다는 걸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만났던 분들 각자가 자신이 겪었거나 목격했던 차별과 혐오들을 반추하며, 그것이 단순 특정 사건이나 불운이 아님을, 구조화되고 문화화되어 고착된 차별임을 모두가 분명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차별과 혐오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다른 말로, 우리는 모두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성소수자 집회 현장에서 외쳤던 “성소수자 혐오 반대”가 단순 ‘성소수자’만을 위한 게 아닌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성소수자이면서 여성이고 장애인이며 노인이고 청소년이며 비정규직 노동자인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결국 우리가 전개하는 운동은 모두의 ‘삶의 자유’와 ‘평등한 존엄’을 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하고 함께 투쟁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연대와 투쟁은 곧 이 사회의 진일보에 더욱 강력하고 영속적인 동력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그 '진일보'의 기준입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이 기준점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대상의 변화로 더욱 교묘하게 구조화되어 가는 차별과 혐오로부터 존엄이 훼손당하고 생명을 위협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 차별과 혐오의 구조를 드러내고 변화를 촉구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꼭 제정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운동과 연대, 투쟁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그 무엇보다 가장 우선시되는 과제일 것입니다. 제정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 이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