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모임 8차 정기모임 대화록
2016-05-12 오후 20:26:25
성소수자 부모모임 여덟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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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1월 21일 화요일 7시
 
장소: 동인련 사무실
 
참석: 
- 지인: 게이자녀를 둔 어머니 
- 라라: MTF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어머니
- 망고: MTF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어머니
- 모리: 게이(부모님과 누나들이 알고 있음)
- 달꿈: 레즈비언(부모님과 남동생이 알고 있음)
- 상수: 퀘스쳐너리(가족에게 말하지 않음)
- 바람: 남성 범성애자(부모님과 형이 알고 있음) 
- 다솜: 양성애자(남동생만 알고 있음)
- 민수: 게이(부모님이 알고 있음)
 
속기: 달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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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모임에는 서울여성인권영화제에서 
터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차일드’를 함께 보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바람: 어떻게 부모들이 저런 과정을 겪으면서 자녀의 성정체성을 인정할 수 있었을까 신기했고 부모들이 갈등을 잘 풀어냈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부모들의 스토리텔링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았어요.
 
상수: 저는 영화에서 부모들이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것도 좋았고, 활동가처럼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것도 감명 깊었어요.
 
모리: 오늘 영화에 대해서 간략한 소개만 들었을 땐 어떤 내용일 거라고 예상 했었어요?
 
상수: 사실 ‘부모모임’에 관한 영화라는 것을 듣고서, 왠지 심리 치료에 대한 내용이나 자조 모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모리: 저는 재밌었던 게, ‘이 나라나 저 나라나 다 똑같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데요, 영화에서 보면 처음 모임을 시작하는 멤버가 우리 부모모임처럼 옛날에 운동 좀 하던 어머니, 활동가의 어머니, 활동가 몇 명.. 이렇게 하잖아요. (웃음) 그런 게 너무 똑같아서 재밌었어요. 그리고 터키도 입법 운동에서 차별금지 항목 중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시키는 게 중요한 이슈인 게 지금 한국 사회의 운동 상황과 똑같은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학생인권조례나 서울시민인권헌장 등에서 차별금지 사유로 항상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항목을 넣을 것인가, 삭제할 것인가로 대립하잖아요. 그리고 우리 부모모임과 비슷하게 어머니들, 아버지들 말고도 활동가가 모임을 보조하는 것도. 그런 닮은 점들이 재밌었고 한편으론 우리가 잘 하고 있는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인: 저는 진짜 많은 생각을 하며 봤어요. 예전에 뉴스 기사에서 국가별로 동성결혼과 입양권에 대한 지지율이 정리되어 있어서 봤는데 터키가 30위고 한국이 29위로 하위더라구요. 거의 비슷한 거잖아요. 우리도 많이 모이면 저렇게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물론 많이 모이는 것 자체가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요.
 
 그리고 얼마 전에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하는 <LGBT 상담컨퍼런스>에도 다녀 왔어요. 상담 공부하는 사람들이 주로 참여하는 컨퍼런스였는데, 질의 응답 시간에 나오는 질문들이 너무 말도 안되는 걸 하더라구요. LGBT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한것이긴 하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내용에 질문을 했는데 “이게 말이 되냐, 성별에 대해서 그냥 내 마음대로 바꾸면 되는거냐? 그럼 누구나 그러게요?”라는 식으로  질문하더라구요.
 
 영화에서 나왔던 부분인데, 사람들이 성소수자 당사자들한텐 모질게 대해도 부모가 나서면 다들 박수쳐줘요. 저도 이번에 퀴어퍼레이드 할 때 똑같은 걸 겪었어요. 제가 “아들아 너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저한테는 다 박수를 쳐줬어요. 다르게 보고, 존경스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사진도 엄청 많이 찍어갔어요. 다른 피켓들도 진짜 많았는데, 제 것은 트위터랑 인터넷에 엄청 많이 올라갔어요.
 
상수: 그때 지인님이 피켓을 드신 것 자체가 구경하러 온 사람들 뿐 아니라 축제에 같이 참여했던 성소수자들에게도 큰 감동을 줬다고 생각해요. 일단은 부모들이 더 많이 모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람: 저는 학교에서 제가 성소수자인 걸 다 아는 상황인데, 친구들이 제가 뉴스 기사에 나오면 ‘너네 엄마도 너가 이런 거 아냐?’하고 물어요. 그게 그냥 궁금한 건지, 걱정하는 건지, 혹은 비난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요즘은 친구들도 힘내라고 얘기를 많이 해줘요.
 
지인: 영화에 나온 부모들은 이미 오랫동안 힘들어한 뒤에 안정된 사람들이잖아요. 우리도 일 년 내내 울고 나니까 괜찮아진 거고요. 저도 평생 울 거 다 울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한 아버지가 “이젠 안 슬프다”고 했는데, 신기하게 저도 그래요. 처음에 우리 아이의 정체성을 알았을 때는 우리 애만 보여서 안쓰럽고 슬프고 그랬는데, 시선이 차츰 밖으로 향하게 되고 더 많은 걸 보게 됐어요. 이렇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사람마다 다 다를 거예요. 저는 일 년이 걸린 거고요. 그래서 전 오히려 여기 계신 자녀분들이 이 영화 속 부모님들을 보고 부모님에 대한 기대를 너무 많이 하진 말았으면 해요. (웃음) 
 
민수: 저희 부모님은 보수적인데다 먹고 살기 바쁘시고, 저를 이해하려고 하신 적도 없는 것 같아요.
 
지인: 저도 제 아이가 성정체성을 ‘선택’ 할 수 있는 것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넌 가족 생각도 안 하고 왜 그러냐’라고 말이 나왔어요. 
 
민수: 근데 저희 부모님은 성정체성 뿐 아니라 제 진로라던가 다른 많은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반대하시기 때문에... 마음을 좀 접은 면이 있어요.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어함)
 
지인: 그건 제가 설득해 드릴 수 있는데! 특히 심리학 전공은 워낙 여자만 많아서 남자가 할 게 많잖아요. 
 
다솜: 저는 여기 계신 부모님들이 소수자 중에서도 정말 소수자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부모님들 중에서도 많이 깨어있으신 분들이 여기에 계신 것 같아서요. 아직도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커밍아웃하고 부모님과 안 좋아진 관계들이 많거든요.
 
지인: 저희도 처음엔 그랬어요. 저도 지금 아이와 사이가 좋진 않아요. 초반에 너무 심하게 갈등이 있어서.. 감안을 하셔야 할 것 같아요. 
 
라라: 부모들도 관계에 서툴어요. 단지 지금 저희는 고민이 치유가 된 상태인 거죠. 저는 이 영화에서처럼 양가 부모님들과 가족들에게 직접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어요. 특히 저희 남편은 고3인 둘째 딸이랑 대전에 같이 살고 있었던 상황이라, 첫째 아이의 상황을 공유하지 못 했어요. 저번에 만났을 때 남편이 또 첫째가 군대가야 하는 문제로 걱정을 하고 있길래 제가 “이러이러해서 2년 동안 수술 준비 과정을 거쳐서 성전환해야할 것 같으니 군대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해 줬어요. 그렇게 얘길 했더니 저한테 뭐라고 말은 안 하는데 충격을 좀 받은 것 같아요. 
 
모리: 아버님이 더 얘기 안 하세요?
 
라라: 문제를 막 토론하고 그런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근데 뭐 다른 방법은 없고.. 그렇게 해야 하는 거니까.. 
 
다솜: 전 그런 생각도 들어요. 만약 저희 부모님이 절 인정하신다고 해도, 부모님도 부모님의 사회가 있잖아요. 저는 제가 속한 사회에서는 편하게 커밍아웃 할 수 있지만, 부모님들은 부모님 주변 사람들과 이 문제로 겪을 곤란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건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라라: 영화에서 보면 ‘너와 너의 아이가 살아갈 날들이 힘들거다’라는 대사가 있었잖아요. 저는 아이가 행복하고 가족 간에 문제가 없으면 그다지 힘들 것 같진 않아요. 물론 저도 가끔 교회 갈 때 그런 생각을 해요. 우리 아이를 원래 알던 사람들이 갑자기 ‘짠!’하고 바뀐 딸을 봤을 때, 당황스러워하는 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내가 우리 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제 제 문지이기도 한 거죠. 저도 제 친구들한텐 다 커밍아웃을 했는데, 친구들이 가끔 큰 애는 잘 있냐고 더 궁금해하며 물어봐요. 저도 저의 범위 안에서만 커밍아웃하고 싶어요. 그 이상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망고: 그건 부모의 몫이죠. 애는 애대로 힘드니까. 저는 그런 용기가 부모한텐 생긴다고 봐요. 
 
라라: 내 자식이니까… 그런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부모는 강하니까.
 
바람: 저는 부모님께 많이 들키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이야기는 안 하고 있는 상황인데, 전 애인이랑 사귈 때 그 애는 부모님께 다 커밍아웃 했다고 하더라구요. 게다가 저를 집에 초대해서 애인 어머니랑 밥도 같이 먹었어요. 좀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사실 그 집 부모님이나 그 친구가 부러운 마음도 컸어요. 그 이후에 사귄 친구도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 어머니는 운동권이셔서 세월호 집회에서도 만났어요. 저를 보고 밥 한번 먹자고 말씀하셨어요. 그런 걸 보며 저도 부모님께 저렇게 밝히고 지내면 좋을 것 같았어요. 
 
상수: 제가 봤을 땐 바람이 동성 애인이라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았어요.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느낌. 
 
다솜: 저도 가끔 제 안에서 그런 걸 발견하는데, 자연스럽게 생긴 죄의식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자기 애인의 부모님한테 소개 받았다 하면... 기쁜 일인 것 같아요. 날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니까요. 바람이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 공감돼요.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잘못한 거 같은 느낌’. 그런 게 불편하고 어려운 것 같아요.
 
상수: ‘저 부모님은 이성 애인을 바라고 있을거야’하는 걱정.
 
라라: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도 제 딸이 지금 애인을 너무 좋아하는데, 한번은 애인 부모님이 집에 오시기로 했나보더라구요. 그래서 갑작스레 우리 딸이 자기 짐을 다 싸서 나왔대요. 그 얘길 듣고 마음이 좀 그랬어요. 그래서 가끔씩 저도 밥을 사주고 싶어서 같이 나와라 하면 딸 애인이 오케이 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별로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을 것 같아요. 굉장히 어려워 하는 것 같아요. 저로선 자식도 어려운데 자식 친구는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웃음)
 
지인: 저는 성소수자의 경우엔 만나기도 힘들게 만나니까.. 헤어졌을 때 더 힘들진 않을까 걱정이 돼요. 그래서 바람씨가 자주 사귄다고 하니까..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궁금해요. (웃음) 
 
모리: 얘는 좀 심한 편이긴 해요. (웃음) 사람마다 다 다르죠 뭐.
 
라라: 저희 애 커플은 사귄지 오래되었어요. 3년 정도. 우리 애 몸에 자살시도 같은 흔적들이 보여서 염려도 많이 되고 그런데... 혹시 우리 애가 자기 애인을 잡으려고 연기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한번 큰 소동이 나서 애를 집으로 데리고 올까도 생각 했어요. 한번은 애가 연락이 안 돼서 애인이랑 사는 집을 추적해서 찾아냈는데, 저는 걱정돼 죽겠는데 둘이 밤 11시도 넘어서 영화 보고 떠들면서 집에 돌아오더라구요. 우린 일주일 동안 얘를 찾느라고 마음이 썩어 문드러졌는데... (웃음) 재밌게 살고 있더라구요. 그런 거 보면서 둘이 헤어지면 우리 애도 힘들겠지만 상대방도 힘들겠구나 싶었어요. 
 
모리: 자녀분 애인이 연예인처럼 잘 생겼다고 하셨죠?
 
라라: 네. 애인은 양성애자인데, 초창기에 만날 때 우리 애는 미용사였고 애인은 잘생긴 명문대생이었어요. 오토바이 타고 다닌데요. (모두 “우와!”) 저번에 한 번은 둘이서 용인 에버랜드에 놀러갔다 왔다고 하길래 뭐 타고 갔다왔냐고 물으니 오토바이 타고 갔다 왔대서 기절하는줄 알았어요. 다행히 헬맷은 잘 쓰고 다니는 것 같더라구요. 
 
망고: 자녀분 애인은 수술하는 걸 원하나요? 어떤지 궁금해요.
 
라라: 그런건 아닌것 같아요. 애 애인도 그 수술이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냥 너 그대로 있어도 된다”고 얘기를 했다는데. 저희 애는 바꾸고 싶어해요. 제가 여기 와서 정보도 알고 그러면서, “너는 게이냐 트랜스젠더냐?”, “수술 하고 싶은거냐?”하고 물어봤는데 정확히 얘기하더라구요. 여성스러워지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남자골격이 보이는 걸 너무너무 싫어하니까. 아직은 호르몬만 하고 있어요. 그런데 2주 전에 만났는데, 애인이 수술 허락을 했다고 굉장히 좋아했어요.
 
다솜: 지인님이 ‘헤어지면 다시 만날 사람이 있을까’하고 고민하시는 게 굉장히 신선하고 놀라워요. 
 
지인: 왜냐하면 평균적으로 레즈비언들은 오래 사귀는데 게이들은 빨리빨리 헤어진대요. 이성애자들도 오래 사귈 수 있는건 여성 때문이라는 거예요. 
 
모두: 다 똑같은 건 아니지만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긴 해요.
 
망고: 지 팔자지요. (모두 웃음)
 
상수: 하지만 ‘어디나 부익부 빈익빈은 있다’는 거. (웃음) 성소수자 혐오자들 중에서도 “게이들은 빨리 헤어진다”, “그래서 문란하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혼자가 되면 어쩔 거냐”라고 말하면서 동성애반대를 외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이성애자 커플 중에도 빨리 헤어지는 사람 많고, 혼자 사는 사람도 많고.
 
민수: 저는 아예 연애 경험이 없어요.
 
모리: 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서, 저는 부모모임이 수도인 이스탄불에만 있지 않고, 지역에도 있다는 게 좋았다. 사실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그냥 서울로 올라와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님의 경우엔 그렇게까진 하지 않잖아요. 영화에서도 보면 지방에서 모임을 열었을 때 와보고 좋아서 수도에서 하는 모임에도 계속 참여하는 아버지가 나오는데, 우리도 그렇게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돈이 있어야 교통비를 마련하겠지만..
 
라라: 대전에서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모리: 대전에 게이바도 꽤 있어요. 
 
민수: 중앙동 쪽에.
 
모리: 달꿈은 속기하느라 얘기를 잘 못하셨는데, 영화 보시면서 어땠어요?
 
달꿈: 저는 처음부터 눈물이 너무 계속 났어요. 영화에 계속 집중을 못하고 혼자 딴 생각을 하면서 눈물이 났어요. 엄마 생각이 났어요. 영화가 처음부터 아이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태어났을 때 얼마나 소중했는지부터 이야기하잖아요. 엄마만 알고 있는 기억들. 그래서 엄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제였나요? 서울시민 인권헌장 공청회에서 성소수자 차별 금지 항목이 논란이 많아서 토론회를 열었는데 보수 기독교가 단체로 와서 무산이 됐어요. 시간대도 평일 오전이어서 소수의 성소수자 활동가들만 갔는데, 그 활동가들을 둘러싼.. 수많은 막말과 폭력들에 대한 기사를 읽고 눈물이 났어요. 끊임없이 비웃음 당하고... 그런 과정들이 마음 속에 있는 뭔가를 건들였던 것 같아요.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그게 짓밟혀서.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나한테 가장 사랑을 줬던 사람이 떠올랐던 것 같아요.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닌데. 사실은 누구나 사랑 받고 싶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있잖아요. 
 
지인: 그래도 조금은 긍정적인 조짐도 보이는 것 같아요. 며칠 전에 마녀 사냥에서 허지웅이 “홍석천은 친구사이에서 인권상 받았습니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거기 사연 중에도 ‘누가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림도 그려주고 그러는데 알고보니 남자더라’하는 사연이 있었는데, 허지웅이 남들이 뭐라고 하기 전에 그거 아름다운 거라고 하고.
 
민수: 저는 아빠 생각이 나서 울었어요. 절대 안 바뀔 것 같아서요. 아빠가 했던 말이 떠올라요. “너의 그런 분 부분에 대해 알고 싶지 않다. 알 시간도 없고.”
 
라라: 영화에서도 자기도 처음에 자식이 얘기하려고 했을 때 외면했다고 하잖아요. 자식한테 무슨 말 잘못해서 상처줄까봐 겁이 났다고. 영화에 나오는 부모들이 55년생, 61년생 이 정도면 저보다 열 살이 많은데 우리보다 10년 전에 고민을 시작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저 정도면 부유층이고 학식이 있는 분들일 것 같아요. 아이가 좀 여자 같으니까 심리학자들한테 상담도 할 정도로.
 
지인: 영화에서 보면 자기 소개를 처음에 하잖아요. 성소수자의 부모라고 해서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말하려고 한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부모가 뭔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는 거죠.
 
라라: ‘상담을 받을만한 곳이 우리나라보다 많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것도 아이가 3세, 4세부터 상담을 받았다니까. 한 엄마는 아이가 MTF 트랜스젠더인데 끌어다 당당히 여자 줄에 세우기도 하고... 굉장히 진보적인 거죠. 전 아이가 힘들어해서 학교를 그만두게 했는데 ‘저런 게 잘하는 거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지인: 부모 마음이 그래요. 부모가 처음에 그렇게 반대하는 것도 애를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얘가 나랑 연을 끊고 원수가 되더라도 쟤를 바꿔야 애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이고 나니까 이젠 얘를 위해서는 사회를 바꾸겠다고까지 생각하는 게 부모 마음이에요.
 
라라: 저는 민수씨가 마음의 선을 미리 긋지 말았으면 해요. 어릴 때 받은 상처 같은 게 누구나 좀 있잖아요. 아버지에게 그런 게 좀 있는 것 같은데, 본인에게 좋은 말들을 해주세요. 희망을 자신에게 주세요.
 
망고: (민수에게) 부모님 두 분 중에 한 분을 먼저 공략하는 건 어때요?
 
민수: 생각해볼게요.
 
다솜: 다음 주에 제 남동생이 입대를 하는데 제가 커밍아웃을 했어요. 밥먹다가 갑자기 ‘아, 커밍아웃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얘기를 했는데 “어? 그래서 뭐?”하고는 밥을 계속 먹더라구요. 알고 보니 학교 다닐 때 게이 친구가 있었대요.
 
라라: 의외로 애들은 되게 쉽게 받아들여요. 저희 애 밑에 동생이 중3이거든요. “형 군대 언제 가?”라고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애기 해요. “형은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에 군대는 못 간다”고. 정확히 얘기 해줘요. 
 
지인: 근데, 부모가 힘들었던 것 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가족들도 힘들긴 한 것 같아요. 저희 큰 애는 작은 애 커밍아웃 할 때 잘 받아들이고 부모한테도 조언도 해주고 그랬는데 얼마 전에 한국 와서 친구들 만나고 왔는데 친구들이 게이 농담 하는 거 때문에 힘들어했어요. 걔들한테도 말하라고 그랬는데 말 안 하더라구요. 그렇게 시무룩해하다 미국으로 돌아갔어요. 그런 힘든 걸 겪더라구요.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했는데. 
 
다솜: 저희 여동생은 “당연히 성소수자들이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친구로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구요. 내가 얘한테 커밍아웃 하면 얘는 어쩔까? 하는 고민이 됐어요.
 
바람: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말만 해도 게이냐는 얘기를 들으니까...
 
다솜: 맞아요. 저는 영화 보면서 MTF 트랜스젠더인 자녀가 여자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 살을 빼다 거식증이 됐다는 얘기도 되게 놀라웠어요.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라라: 저희 애도 거울 보면서 자기 자신을 너무 싫어했는데.. 그게 떠올랐어요.
 
모리: 우리나라 트랜스젠더 영화 중에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영화가 있어요. 그 영화의 주인공은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여자라고 생각하는 MTF 트랜스젠더인데, 주인공 엄마가 “너 꼭 수술을 해야겠니?”하고 물으니까 “엄마, 나는 수술을 해도 정말 못 생긴 여자가 될거야. 목도 두껍고 어깨도 넓고. 그래도 여자로 살고 싶어.”라고 대답하거든요.
 
상수: <로렌스 애니웨이>라는 영화에서, 여자친구가 ‘넌 정말 예뻐’라고 말해주는데, 주인공이 ’나도 알아 나 못생긴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게 트랜스젠더들이 겪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회에서 여성이나 남성으로 살기 위해서는 여성이나 남성의 정형화된 몸으로 보여야 하니까.
 
민수: 하리수가 대중에게 드러날 때부터도, 여자보다 더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상수: 홍석천과 하리수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해석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하리수는 환영하고 홍석천은 환영받지 못한 것이 아름다운 몸을 획득한 사람과 잘 생기지 않은 사람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모리: 게이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당시에 왜 홍석천이 우릴 대표해야 하냐고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럴 거면 본인이 직접 커밍아웃 하던가!!
 
(재성 도착)
 
모리: 재성씨가 오셨네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재성: 동인련 HIV/AIDS인권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회사 다니고 있고, 부모님께는 커밍아웃 안 했어요. 남동생에게도 마찬가지고. 레드파티 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동인련 사무실에 잠깐 들렀습니다.
 
지인: 재성씨처럼 남성적인 스타일이면 진짜 게이인 줄 모를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퀴어문화축제 끝나고 뒷풀이 하면서 느낀 건데, 다들 낮에 본 모습하고는 완전히 다르게 성소수자끼리만 모이니까 편안해졌는지 말투도 어딘가 여성스럽게 바뀌더라구요. (웃음) 그러면서 우리 아들도 학교에서 연설할 때 너무 멋지게 해서 여자애들이 반했는데. 그게 엄청 노력한 거라는 걸 느꼈어요. 알고 보니 하도 주변에서 여자 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자기가 그렇게 한 것 같아요.
 
 
 
 
모리: 네. 오늘도 마칠 시간이 다 되어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 듣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부모님이랑 사이가 안 좋았는데, 저번 모임 때 은재랑 은재 어머니가 오셨잖아요. 그때 얘기를 같이 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어서, 집에 가면서 다시 엄마 아빠한테 연락을 했어요. 그래서 다음번 모임에 아버지가 오시기로 했어요. 
 
모두: 우와! 환영해요.
 
지인: 저는 이곳에서 다른 부모들이 겪었던 시행착오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던 게 너무 도움이 되었어요. 
 
라라: 여기 오면 마음이 편해서 좋아요.
 
달꿈: 혹시 영화 보시면서, 우리 부모모임에서도 이런 거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게 있었는지 궁금해요.
 
망고: 사람을 좀 늘리고, 확장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곳 부모모임과 연대하거나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도 피켓을 잘 만들어서 퀴어문화축제 때 집단적으로 참여를 해보면 좋겠다. 올해는 지인님 혼자 외롭게 갔다 오셨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까. 
 
지인: 저희도 언젠가 이런 영화를 만들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도 왠지 부모님 중 한 분이 만드신 거 같은데. 
 
망고: 부모들도 카메라 앞에 설 용기가 생겨야 할 것 같아요.
 
모리: 얼마 전에 바티칸에서 열린 가톨릭 주교 회의가 열렸잖아요. 거기서 몰타의 주교가 가톨릭 성소수자 부모모임이랑 오랫동안 함께 대화해 온 이야기를 다른 주교들 앞에서 했대요. 그 주교랑 만나려고 부모모임에서 편지를 계속 보냈다고 하더라구요. 우리도 편지쓰기 운동 같은 걸 해보면 쉽고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해외에서는 편지 쓰기 운동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한국에선 잘 안하는 것 같아요.
 
지인: 제가 법륜스님 즉문즉설에서 ‘아들이 여자가 되겠다고 합니다’고 질문한 것에 답한 영상 카톡방에 공유해드렸는데, 너무 좋았어요. 다른 분들도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영상>
법륜스님 즉문즉설 아들이 여자가 되겠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