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모임 16차 정기모임 대화록
2016-05-12 오후 20: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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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조나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 글쓴이 주: 지난 7월 9일 목요일 서강대학교에서 대학생 성소수자 모임과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함께하는 토크쇼가 열렸습니다.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고민하는 대학생들과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만나 도움을 주고 받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7시부터 9시 반까지 사회자 모리 외 약 60여명의 참여자와 함께 라운드 테이블 형식으로 토크쇼가 진행되었습니다.

 

 

 

주요 참여자 소개

지인: 3년 전 커밍아웃을 한 대학생 게이의 어머니

산지기: 사회자 모리(20대 후반)의 아버지

무애: 1년 전 커밍아웃을 한 17살 게이의 어머니

해인: 조카가 성소수자인 이모

라라: 작년에 딸 정체성을 안21살 MTF트랜스젠더의 어머니

하늘엄마: 7년 전 정체성을 알게 된 게이의 어머니

여미을: 게이 (동생만 알고 있음)

현: 게이 (엄마가 알고 있음)

박훈: 게이 (엄마가 알고 있음)

대학생 성소수자들

 

 

 

이야기주제1. 왜 가족에게 커밍아웃 하고 싶나요?

 

 

여미을: 인하대 성소수자 모임 부대표이자 큐브 행정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동생에게만 커밍아웃 했고 부모님에게는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가족에 대한 자부심이 큽니다. 가족끼리 친하고 화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부심이 크기에 제가 성소수자라는 것을 밝히기 어려운 것 같아요. 부모님과 저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고 언젠가 소개해드리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 만나면, 부모님께 소개하며 같이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 커밍아웃 하고 싶어요. 부모님께 커밍아웃 한 후, 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실 때, 그 사람을 자연스럽게 소개 드리고 싶습니다.

 

 

현: 28살 대학원생 게이입니다. 커밍아웃을 반년 전 했는데, 비자발적으로 원치 않은 시기에 하게 되었습니다. SNS에 애인과 100일 기념사진을 올렸는데 어머니께서 그 것을 보게 되었고 거친 분위기 속에 내가 게이가 맞다고 이야기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저를 완전히 받아들여주시지 않은 상태에요.

부모와 자식간의 유대관계가 있는데, 저는 어머니에게 커밍아웃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다른 어떤 사람한테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서 커밍아웃을 그 이전부터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한 커밍아웃이 제가 생각한 상황에서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으니까 이제는 커밍아웃을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어요. 이 자리에 부모님들께서 많이 오셨는데, 자식이 성소수자라면 바로 수긍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다른 부모님들께서는 어떻게 자식을 품게 되셨는지 궁금해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박훈: 24살 대학생이에요. 저는 커밍아웃을 고등학교 때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연애를 한 건 아니지만 정체화는 하고 있었던 상태였어요. 저녁 먹고 TV를 보는데, 성소수자 관련 프로그램이 나와서 충동적으로 말했습니다. 바뀌는 경우도 있다더라 하고 말씀하셨지만, 내 아들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해서는 아니셨어요.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은 지속적이고 영속적인 행복을 가지는 것인데, 어머니 입장에서는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은 게 가장 큰 행복이었으니까 그것을 권하는 거셨죠. 그런데 성소수자는 그런 부분이 어려우니까 말씀을 하셨던 거셨어요.

  시간이 지난 후, 어머니께서는 “내 아들이 누구를 만나든 불편하거나 슬프지 않다. 다만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남자든 여자든 꼭 결혼을 해서 영속적인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씀 하셨어요. 그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아서 저도 누구를 만나든 깊게 만나려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머니와 원만하게 지내고 있어요. 애인과 셋이 밥도 먹고 잘 지내지요. 저는 어머니 외 가족이 다 하늘나라에 있어 이제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할 기회는 없어요. 어머니에게 한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결과로 맺어졌기에 반대 경우의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해주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경우에는 부모님께서 괴로워하시다 자살기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이 기회에 다른 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가족들이 받아들이는데 그만큼 고통과 시간이 수반된다는 것을 이해해보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이조: 저는 바이이고요. 원치 않게 부모님께 아웃팅을 당해서 2년 전에 집에서 쫓겨났어요. 저 같은 경우 부모님과 안 좋게 끝난 후 커밍아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생겼어요. 상대방이 성소수자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황에서 커밍아웃하는 것이 힘들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의 잘 된 커밍아웃 사례를 들으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정우: 중앙대 레인보우 피쉬 소속이자 큐브 행정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저는 3년 전 퀴어 퍼레이드를 간 것을 부모님께서 알게 되어 커밍아웃 했습니다. 집을 나가기도 했고, 우여곡절 끝에 부모님들과 상담을 간 적도 있어요. 아버지께서는 ‘자식 된 도리로 고쳐질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하세요. 아버지께서는 이제 이 주제에 대해서는 언급도 안 하시고 어머니는 계속 이야기를 하시는데 알아보신 정보들 중 잘못된 정보가 많아서 싸운 적도 있어요.

  가족에게 커밍아웃중인 상태에서 어떤 좋은 결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부모모임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오게 되었어요.

 

 

 

 

 

 

 

 

 

 

 

 

 

 

 

 

 

 

갱갱: 23살 서울대 큐이즈 소속 레즈비언이에요. 지금까지 성소수자 자신의 행복 측면에서 커밍아웃을 많이 말씀하셨는데, 저는 부모님들께 자식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알고 행복하신지 묻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알아도 부모님은 몰라야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내 자식이 퀴어이지만 평생 독신주의자로 알고 사는 게 더 나을지, 괴롭더라도 퀴어라는 사실을 아는 게 나은지 궁금합니다.

 

 

산지기: 부모들이 자식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나타나는 반응은 단계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5단계로 대동소이 합니다. 처음에는 충격과 분노가 같이 와요. 부모님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경우에 특히 그렇죠. 극도의 슬픔. 그 다음 자책이 이어집니다. 이게 내 책임은 아닐까 싶어,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그 자책의 크기는 더 커지죠. 그걸 벗어나야 완전히 커밍아웃을 주고 받는 게 끝납니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을 걱정해서 이런 단계를 거치지 않고 독신자인 것처럼 내가 혼자 지고 가겠다는 이런 판단도 서는 모양인데, 그건 부모로서 정말 불효막심하게 느껴져요. 부모에게는 자식에 대한 무한 사랑, 무한 책임이 디폴트로 깔려있어요. 부모님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내가 내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어려웠듯, 어렵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부모 세대에는 그런 것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성장했던 세대에요. 시간은 걸립니다. 하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의심하면 행복한 커밍아웃은 힘들 거에요.

 

 

지인: 여러분들은 커밍아웃을 한 다음 엄마의 반응에 너무 실망하더라고요. 게다가 엄마가 상처 주는 말을 하면 ‘엄마가 어떻게 저럴 수 있나’ 하실 텐데, 일단은 엄마가 성소수자에 대해 모르는 상태라는 것을 아셔야 해요. 저도 무지했기에 사랑하는 만큼 끝까지 막아야겠다는 그 생각밖에 안 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도 애한테 상처를 너무 많이 줬는데, 저는 전형적인 단계를 다 거쳤거든요. 충격 받아서 상처주고 형오하는 말을 쏟아내며 3일간 심한 마찰이 있었어요. 그 시기가 지나 죄책감 단계에 왔는데, 1년 동안 매일 울었어요. 내가 아이 5살 때, 이렇게 해서 그렇게 되었나? 태권도를 더 시킬 걸 하면서요. 그 이후에 온 자책은 내가 아이가 힘들었던 것을 너무 몰랐다는 자책이었어요. 엄마가 되어서 아이에 대해 몰랐던 것이 너무 미안했어요.

  인터넷에 성소수자치면 이상한 것만 나와서 그거 보면 더 놀라요. 올바른 정보가 있는 책자 보여주면서 커밍아웃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상한 생각 안하고 전환치료니 그런 생각을 안 하도록요. 어떤 자료를 보니 부모들이 수용, 또는 포기할 때까지 평균 2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저는 2년 반이 걸렸어요. 그러니 여러분께서 저를 보시고 ‘저 엄마는 원래 잘 받아들였어’가 아니라 저도 그런 단계를 다 지나 이렇게 되었으니 지금 커밍아웃 중에 싸우고 있는 경우에는 부모님께서 언젠가는 바뀔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산지기: 아까 행복하냐고 물으셨는데 저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이성애자였을 경우와 비교하면 분명 행복하지 않아요. 세상의 편견 때문에 굉장히 힘든 삶을 살 거라는 시뮬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거고 여러분도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여기 나온 것 아닙니까? 우린 동지에요. 부모님이 밖에 나와서 성소수자 권리를 얘기하게 된 건, 성소수자 부모들이 나서면 조금더 효율적으로 세상에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리라 기대해서 입니다. 현재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습니다.

 

 

무애: 저는 우리 아이가 1년전 커밍아웃을 했어요. 미술을 하고 있는 17살 남자아이에요. 어느날 아이가 ‘아무래도 내가 양성애자인 것 같다’고 하기에 아이가 어렸을 때 일이 파노라마처럼 싹 지나가면서 ‘그래? 엄마가 생각하기에 너는 게이인 것 같은데?’ 하고 말했지요. 그 이후에 생각을 해봤어요. 게이 하면 저에게도 미디어에서 비춰졌던 마약, 변태, 고속터미널 같은 이미지만 있었거든요. 그렇다면 그 변태가 우리 아들이라는 말인데 말이 안되잖아요. 그 때 깨달았죠. 이건 사회가, 성소수자들이 있는데 그들이 실제 살아가는 데로 비추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봉인시켰다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도 나가고 퀴어 퍼레이드도 갔죠. 혐오 시위하는 사람들이 나눠주는 전단지도 다 받아요. 성소수자 관련 자료도 열심히 봐요. 알아보니 더 화가나더라고요. 성소수자들이 자신이 성소수자로 태어나는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고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인데, 왜 존재하고 있는 것을 단죄하려 하는지 혐오하는 사람들의 오만함에 화가 났어요.

  저는 커밍아웃을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사람마다 다 다르니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요. 그런 걸로 스트레스 안받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이 충격을 받는 건 부모님들 사정이에요. 너무 냉정한 말인가요? 당사자들은 10, 20년 갇혀 살았는데 부모님들이 받는 그 충격이 그렇게 대단한가요? 부모님들이 너무 무지해서 충격을 받는 거에요.

 

 

 

 

 

이야기주제2. 커밍아웃 후 자녀와, 또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었나요?

 

 

겨울: 동생에게는 일찍 커밍아웃 했어요. 동생은 ‘응. 알겠어’ 하며 넘어갔는데. 어머니에게는 울면서 이야기했는데도 ‘너는 헷갈린 것 같다’고 이렇게 안 좋게 이야기가 되었어요. 어머니는 날 받아주지 않는구나 하고 끝나면 되는데, 그 이후에 어머니와 이 주제로 싸우다가 ‘너 자꾸 그러면 아빠에게 얘기해버릴 거야’ 하는 말에 실망했죠. 하지만 커밍아웃 이후 동생하고는 관계가 좋아졌어요.

 

 

정우: 저는 열 네 살에 정체화를 했어요. 어렸을때부터 교회에 다녔기 때문에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스스로 치유를 바라는 그런 기도를 한적도 있지요. 그러다 인권단체에서 활동도 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원하니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사람들 앞에 더 당당하게 서고 싶은데 그 모습이 엄마에게는 불편한지 안 가면 안되겠냐는 전화를 받곤 해요. 엄마는 아직도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사회의 혐오가 못 됐다.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 불편하게 건드리니까 가족들까지 사회적 소수자의 범주에 들어가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강승지: 저도 정우님 말씀처럼 내가 활동하는 방향이 부모, 친구, 동생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자격지심이 들 때가 있어요. 내가 부모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돼요.

 

 

무애: 어떤 반응이 나오더라도 컨트롤할 수 있는 준비가 됐을 때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부모님들은 정보가 없어서 이해를 못하는 거에요. 그래서 부모님들도 나와서 배워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부모님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했으면 해요.

 

 

지인: '내가 성소수자인 걸 말할까 말까'하는 이런 삶을 살아왔다면 정신건강에 안 좋을 거에요. 자신만의 비밀을 갖고 뭔가 항상 마음이 불안한 상태로 살면서 가족마저 모르는 삶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하늘엄마: 저는 이번에 퀴어 문화축제에 처음 가봤는데 시청 외곽에서는 돌을 던지잖아요. 여러분들이 그 속에서 사는 거예요. 사회에 나가서도요. 그때 느낀 건 ‘엄마로서 이 아이들을 지켜줘야겠구나. 나는 끝까지 우리아들 편에서 생을 마감해야겠구나' 하는 거였어요. 저는 주부고 살림만 해온 사람이라 지식은 없지만 이런 상황에 있는 엄마도 아들을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해야겠다고 생각 했어요.

 여러분 잘못이 아니에요. 부모는 여러분 편에 서있을 거고.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제 아들 정체성을 알았을 때는 지방에 살았고 너무 정보가 없었어요. 상담사도 많이 만나 봤는데 같은 게이 엄마를 만나고 싶었어요. 얼마 전 4-50대 엄마랑 통화를 했는데 그 엄마는 울면서 전화를 받더라고요. 제가 나이가 60이 되었어요. 제가 언니니까 편하게 말하면 된다고 하니 그 분이 ‘이런 이야기를 아무데도 할 곳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여러분들 어머니가 우리를 만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만나고 얼마든지 여러분을 대변, 설득해줄 수 있으니까 우리에게 말하세요. 먼저 겪었던 엄마 말 듣는 게 가장 도움돼요. 유명한 상담사 찾아가는 것보다 훨씬요.

 

 

 

 

 

 

 

 

 

 

 

샌드: 저는 퍼레이드에서 부모모임의 피켓을 인상 깊게 보고 오게 되었어요. 성소수자의 이모 분께 여쭤보고 싶은데, 저는 친척들이 가까이 다 살아서 매주 보거든요. 부모가 아니고 다른 가족이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든지 생각, 반응이 듣고 싶습니다.

 

 

해인: 말이 이모지. 사실 가족 같아요. 일주일에 많이 볼 때는 일주일 내내 볼 때도 있거든요. 그러기에 부모만큼 조카에 대해 많이 알아요.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 아이가 이상한 거에요. 아프고 학교도 잘 안가려 하고요. 그러다 조카가 성소수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네가 그래서 그렇게 힘들었구나’ 싶어서 눈물이 났어요. 저는 부모모임에 한 번 나오고 퀴어문화축제에 갔는데, 거기에 온 사람들이 느끼는 해방감이 느껴졌어요. 퀴어 문화 축제에 대해 좋은 얘기든 싫은 얘기든 이슈화되고 이야기되고 있는데요. 저는 그게 아예 음성적으로 이야기되지 않는 것보다 긍정적이고 발전이라고 봐요. 성소수자 분들이 자신감 있고 당당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냥 많이 힘들었겠구나 싶어서 가슴이 아팠어요.

 

 

산지기: 정보를 찾기 위해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을 하면 성소수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것보다 대단히 편견을 가지고 악의적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전세계 논문을 뒤졌는데, 임상논문 80몇 편을 봤어요. 처음에는 전부 전환치료에 대한 논문이 나와요. 아시겠지만 논문이라는 것이 카테고리 자체만 논리정연하면 논문이 됩니다. 보다 보니까 아니다 싶어 검색하는 키워드를 바꾸니까 성소수자는 선택이 아니고 타고 나는 거라는 논문이 뒤에 숨어 나오더군요. 부모님들이 아이가 커밍아웃하면 일단은 편견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전환치료를 시키려고 하는데, 그런 게 아니라고 설득할 수 있는 준비와 자료를 가지고 당당하게 이야기 했으면 합니다.

 

 

 

 

 

 

 

 

 

 

 

 

 

이야기주제3. 커밍아웃,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인: 부모님께 커밍아웃 하면서 함께 알려드리면 좋은 것을 알려드릴게요. 먼저 정신병에 관한 것. 동성애는 정신 질환이 아니고 성적지향이기에 질병에서 삭제했다는 자료도 알려드리고, 1993년에는 미국에서 전환치료를 금지 시켰다는 자료도 드려야 해요. 전환치료는 혐오 치료를 하는 것인데,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만드는 것이라 굉장히 비인간적이에요. 또 성소수자가 한국 청소년 개발원에서 실태조사 한 거보면 청소년 성소수자 자살시도율 퍼센테이지가 다른 청소년들의 자살 시도 퍼센트보다 훨씬 높아요. 이것만 보여줘도 '아 이거는 선택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될 거에요. 선택이면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자살할 리가 없으니까요.

또 미국에서 자식이 커밍아웃 했을 때 부모의 태도를 연구한 게 있어요. 부모가 심하게 거부했을 경우 자살 시도율이 높아요. 또 가장 저를 많이 바꿔놓은 게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를 본 거에요. 실화지요. 성정체성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다가와서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부모님들께 보여드렸으면 좋겠어요. 또 법륜스님이 동성애자에 대해 설명하는 즉문즉설도 생각을 바꿔줘요. 정혜신 정신과 의사 인터뷰와 저희 성소수자 부모모임 카페에 자료가 많은데 프린트 해서 다 보여드리세요. 이상한 정보가 너무 많으니 제대로 된 정보를 드려야 해요.

 

 

지누: 저는 자녀분이 커밍아웃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 게 놀라워요. 저희 집에서는 홍석천만 봐도 ‘쟤는 왜 방송에 나오는지 모르겠다’, 퀴어 퍼레이드 때 부스 마치고 왔는데 ‘너 시청에서 그거 하는 거 봤니? 동성애자들 에이즈 걸려서 일찍 죽는다. 항문성교 더러운거다’ 이런 혐오발언을 평소에도 하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안 들었고, 숨기고 사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포비아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던 부모님이 계시면 그런 이야기나 사례가 있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무애: 관심이 있어야 포비아도 하는데, 아예 다른 세계라 관심이 없었어요.

 

 

산지기: 저는 제가 그랬어요. 홍석천이 나오면 욕했어요.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거였습니다. 선입견 조차도 아닌 무지 때문에 그랬어요.

 

 

하늘엄마: 내 일이 아니면 참 안됐다 이렇게 생각했을 거에요. 하지만 아이가 커밍아웃을 한 순간부터 내 일이기 때문에 아이가 그런 걸 알았으면 그 순간 세계가 확 바뀔 거에요. 남의 일이면 관심도 안 갖고 잘 몰랐을 거고 지금까지도 오해하고 살았을 것 같아요.

 

 

 

 

 

라라: 저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나오면서 마음이 편해진 케이스에요. 저희 아이는 여러분과 다르게 가만히 있어도 아웃팅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남자야 여자야 하면서 쳐다보는 경우도 많고요.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저는 아이 정체성에 대해서 안 지 1년 정도 됐는데 얘기만 해도 눈물이 나요. 아직 커밍아웃을 겪고 있는 과정에 있어요.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했으면 해요. 우리가 커밍아웃을 하는 이유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지혜롭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부모님 성향을 잘 캐치해서 공부해서 지혜롭게 커밍아웃 했으면, 그리고 저는 꼭 했으면 좋겠어요.

 

 

하늘엄마: 여러분도 고립되는 시간이 있었듯. 부모님도 알게 되면 고립돼요. 다른 가족에게 얘기하고 싶어도 하기가 쉽지 않으니 부모님도 공유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잖아요. 때문에 부모모임 나오면 좋아요. 부모모님 나오게 되면 고민하는 시간이 훨씬 짧아져요.

 

 

산지기: 커밍아웃 힘들거나 하고 싶으면 부모모임 연락주시면 많이 도와드릴게요.

 

 

 

 

 

 

 

 

 

 

 

 

박훈: 어제 오랜만에 어머니랑 이 주제로 대화를 했어요. 전에 어떤 성소수자가 자신을, 부모님을 괴롭게 할 잠재적 가해자라고 칭한 글을 봤는데, 어머니도 나를 가해자라고 생각하는지 여쭤봤지요.

어머니는 ‘네가 나에게 가해를 했으면 나는 피해자가 되는 거니? 물론 고통, 슬픔, 죄책감 다 왔지만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들 존재자체가 잘못한 거 아니니까.’ 라고 하셨지요. 말을 하는 자식 입장에서도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자료, 지식을 가지고 커밍아웃하는 게 충격도 덜하고 받아들이는 거에 있어서 절차상 적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게 다 의미가 없도록 다름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회 전반에 그런 감수성이 함양 되어서 커밍아웃 자체가 대수롭지 않은 것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게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가 아닐까 싶어요.

 

 

여미을: 저는 오늘 크게 두 가지를 얻어간다고 생각해요. 부모님도 우리처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는 생각을 한번도 못했거든요. 처음으로 인지하게 되었어요. 이게 가장 큰 오늘의 수확이에요. 두 번째는 커밍아웃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부모님께 큰 슬픔을 안겨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짐을 많이 덜고 가는 느낌이에요.

 

 

무애: 커밍아웃을 할 때, 너는 내 자식 아니다, 나가라는 유형. 그리고 일단 듣고 묵인하는 유형. 그리고 괴로워하면서 이런 부모모임에 나오는 유형으로 부모님도 나눠지는 것 같아요. 경우의 수를 정하고 각오를 하고 커밍아웃 하세요. 일단 언젠가 한번은 겪고 넘어가야 하잖아요. 언제 해도 핵이에요. 일반폭탄이 아니라 핵폭탄이죠. 어쩔 수 없어요.

 

 

김현: 제가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11월에 커밍아웃하고 7,8개월 된 상태에요. 저희 부모님은 듣고 나서 침묵하는 반응이라 야속했어요.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제게 상처가 많이 되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야속했던 이유 중 하나가 제가 게이인걸 10년 숨기고 살았다가 커밍아웃을 한 건데, 엄마는 왜 인정을 안 해주냐는 것이었어요. 나는 오랫동안 그랬으니까 엄마가 빨리 인정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거죠. 내가 10년 동안 알고 있던걸 엄마한테 7개월 동안에 알아달라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어요. 엄마가 알아야 할 정보도 많고요. 저도 차차 얘기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시 내가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이번 자리가 굉장히 보람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