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모임 서른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일시: 2016년 9월 10일 토요일 4시
장소: 서울 마포구
참석:
- 지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라라: 트랜스젠더 딸을 둔 어머니
- 하늘: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창현: 게이(가족이 전혀 모름)
- 바람: 게이(부모님과 형이 알고 있음)
- 어나더: 게이(부모님이 알고 있음)
- 스톤: 게이(작은 누나만 알고 있음)
- 빗방울: 게이(부모님과 동생이 알고 있음)
- 비비안: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빗방울 엄마)
- 비비남: 게이 아들을 둔 아버지 (빗방울 아빠)
- 몽이: 게이 (가족이 모름)
- 위니: 젠더퀴어 자녀를 둔 어머니
- 바이스: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용신: 게이 아들을 둔 아버지
- 인정: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띠용: 성소수자 (아버지와 누나가 알고 있음)
- 성민: 성소수자 (부모님이 알고 있음)
- 봄준: 퀘스쳐너리
- 양철나무꾼: 게이
- 채린: 레즈비언 (가족이 알고 있음)
- 재윤: 게이(가족이 알고 있음)
사회: 어나더
속기: 스톤, 빗방울
어나더: 안녕하세요 저는 성소수자 정기모임 사회자인 22살 대학생입니다. 부모님께 커밍아웃 했고요, 이후에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닌데. 게이입니다. 오늘 와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지인: 저는 지인이라 하구요. 제 아들이 게이인 걸 알지 3년 반 정도 됐습니다. 아들은 대학생이고요. 알게 된지 1년 정도 방황을 하다가 여기 부모모임에서 2년 반 정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위니: 저희 아이가 트렌스젠더입니다. 지난 번 오고 이번이 두 번째 모임입니다.
하늘: 저는 하늘이라 하구요, 게이 엄마구요. 알게 된지는 8년 정도 되었습니다. 알게 된 지 2년 좀 된 다음에 친구사이 부모모임에서 몇 년 있다가 이 쪽 부모모임하고 합쳐져서 이리로 오게 되었구요. 아들은 파트너랑 5년 째 잘 살고 있어요.
바이스: 두 번째 참석하게 됐구요. 아들이 게이이고. 안 지는 1년 정도 되었습니다. 아들을 좀 더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게 해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용신: 저희 아이는 중2구요. 나중에 다시 할께요.
인정: 옆에 용신님 아내구요. 중2 게이 엄마입니다.
비비남: 저희 아들은 저기 앉아있고 게이이고요. 세 번째고. 석달 전에 왔습니다.
비비안: 저는 비비안입니다. 저희 아들은 21살 게이이고, 석달 전에 알게 됐고, 세 번째 왔고요. 횟수를 거듭할 수록 마음에 안정을 찾고 있고 집에서도 아들이랑 얘기 많이 하고 책 같은 것도 많이 보려 하고 인터넷도 많이 뒤져보고 모르는 것을 알게 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 모르는 걸 많이 알려 하고 있고 여러분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라라: 부모모임을 알게 된지 2년차 된 거 같아요. 14년도 8월부터 활동했습니다. 저희 아이는 트랜스젠더에요. 사실 처음엔 남성 동성애자인 줄 알았는데. 다만 현재는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서 정체성이 뭔지 좀 혼란스럽기도 해요. 완전히 게이 같지도 않고 애매모호한. 그래서 요즘에는 우리가 말하는 정체성 용어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는, 여하튼 퀴어인건 맞아요.
띠용: 21살 대학생이고 얼마전에 아버지랑 누나한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잘 받아들여졌어요.
배솔: 젠더이슈에 관심이 많은 학생입니다. 참관하러 왔습니다.
조아라: 엠빅뉴스(엠비씨 온라인 카드 뉴스)에서 온 기자입니다. 참관하러 왔습니다.
클락: 29살이고. 동성애자입니다. 모임이 처음인데, 저도 이쪽 문화 접한 지 얼마 안됐어요. 저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도 많이 놀라있는 상태인데, 부모님들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가 많이 궁금해서. 참관하게 됐습니다.
동그리: 저는 24살 대학생이고요. 이번 추석맞이로 커밍아웃을 할 계획입니다. 친척들이랑 가족들에게 할 예정인데, 하기 전에 이것저것 알아보기 위해 왔습니다.
레디인: 부모모임은 퀴퍼나 기사에서 봤는데 좀 더 가까이서 얘기하고 싶어서 오게 됐습니다.
몽: 저는 21살 대학생 몽이라고 하고요. 게이고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성민: 26살 입니다. 올해 들어서 이 문제로 부모님이랑 갈등이 있었는데 지난 달에 이 모임을 처음 나왔어요. 제 얘기를 하는 것보다도 어머님들 얘기를 듣는 게 많이 위로가 되고 어떻게 할 지 지침이 되었어요. 그래서 한 번 더 나오고 싶어서 나오게 됐습니다.
남희: 저도 26살 남희라고 하고요. 저도 페북을 통해서 많이 보긴 했는데 직접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오게 됐습니다.
수분: 저는 25살이고 게이입니다. 저번 달부터 부모모임에 참석 했습니다.
지우: 지정성별 남성인 트랜스젠더입니다.
무비스: 지금 대학교 다니고 있고, 영화 만들고 있어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한 번 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고요. 이번에 만든 영화가 트랜스젠더 관련 영화인데, 가족과 트러블이 있어요. 그런 거 때문에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오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오게 되었습니다.
제이: 지금 대학원에서 법을 공부하고있고. 저 스스로를 받아들인지는 3년 정도 됐는데. 친구들한텐 커밍아웃 했고요, 부모님들한텐 내년에 대학원 공부 끝나고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 번부터 와서 듣고 있습니다.
봄준: 정체성은 고민 중이고요, 이번에 두 번째 참석입니다.
양철나무꾼: 29살 게이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받아들인지는 1년 정도 되었고요, 직업이 웹툰작가인데 꼭 이런 주제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채린: 25살 레즈비언이고 17살 때 커밍아웃 했습니다. 어머니가 열렬히 활동해주시고 계시고요. 반 년정도 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빗방울: 저는 게이이고 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재윤: 행성인 노동권팀에서 활동 중이고 29살 쯤에 커밍아웃해서 이제 5년 쯤 지났어요. 커밍아웃 하고 나서 서로 대안은 제시 하지 않는 정체기가 와서 좀 고민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오게 됐습니다.
창현: 25살 창현이라고 하고요. 행성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커밍아웃은 아직 안 했구요.
바람: 제 이름은 바람이고요. 22살이고 형한테 아웃팅을 당했고, 그래서 부모님한테 반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스톤: 22살이고 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나더: 이제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 해서요, 저는 바이스님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바이스: 뭔가 딱 말하기 보다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한다면 말을 할 수 있을거 같은데.
어나더: 그 한 달 동안 바이스님이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요,. 심경의 변화가 있으셨는지.
바이스: 제가 안 지는 1년 지났잖아요. 그 1년 과정이 좀 힘들었어요. 그랬는데. 올해는 제가 머릿 속도 덜 복잡하고. 작년엔 되게 복잡했거든요. 어떻게 표현도 못할 정도로. 남편도 남편대로 그랬을 거고.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나 많이 울기도 했어요. 결론은, 저번 모임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음. 부모는 보통 앞서서 많은 걸 걱정하잖아요. 근데 그런 게 다 아니더라고요. 결국 주인공은 아들이고. 아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하고. 그래서 긍정적인 얘기를 해주려고 해요. 또 제가 이런 모임에 간다고 말을 하니까 되게 좋아하는 목소리더라고요. 제가 서울엔 안 살고 시간이 잘 안 나지만, 그래도 참석하는 것 만으로도 아이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아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이 생각 뿐이에요.
어나더: 아버님은 잘 지내시나요?
바이스: 네. 근데 제가 여기 와보니까, 남편도 같이 오고 싶었는데 벌초가 있어서... 조상도 잘 모셔야 하니까 (웃음) 오늘은 그랬어요. 될 수 있으면 여기 와서 큰 힘은 안 되지만, 오려고 하고. 도움이 되도록 할게요.
어나더: 아버님한테 전해들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아버님이 저번에 처음 참석하셨었는데.
바이스: 네 있었죠. 두 가지가 있는데. 처음에는 젊은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아이를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다른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에게도 격려나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사회가 변화 하는데 힘을 보태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나더: 위니님도 오늘 두 번째인데 그 한 달간 어쩌셨는지.
위니: 저는 지난 번 모임 와서 정말 좋았어요. 우리 아이 덕분에 이런 분들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했어요. 제가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힘을 보탤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게 너무 감사했고요, 그리고 놀랍기도 했어요. 제가 여기서 만난 자녀 분들이 비슷한 세대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사려 깊고. 훌륭한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던 것 같아요. 이런 얘기를 남편한테 했어요. 그랬더니 공감을 많이 하더라고요. 지난 번보다 인원이 좀 줄은 거 같아서 아쉬웠는데. 미리 신청을 한다는 게 조금 약간의 벽을 만드는 게 아닌가.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갑자기 망설이다가 당일에 오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저만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고 그러진 말고, 우리 아이도 와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어나더: 오늘 재방문 해주신 분이 또 비비안, 비비남님이 계신데. 요새 보면 저보다 더 성소수자 행사를 더 많이 다니시는 거 같아요. (웃음)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삼 개월 동안 어떠셨는지. 오늘 처음 오신 아버님도 계시니까.
비비남: 그냥 이렇게 적응해가고 있는 거구요. 제 아들이 잘 변하고 있어서 너무 보람됩니다. 커밍아웃 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고 있어서. 그게 제가 바라던 모습이었고요. 공부도 많이 하고. 체계적인 공부를 일생에 안 하던 애였거든요. 자신을 가꾸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너무 고맙습니다. 일찍 좀 더 커밍아웃을 했으면 더 좋은 변화가 일찍 있었을 텐데 싶기도 하고. 이 얘기를 술 먹었을 때 살짝 했더니, 중2때 이미 아빠한테 동성애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 때 제가 한 말이 인정하지만 무섭다. 라고 했답니다. 개방적인 아빠라고 믿었으니까 그 얘기를 했을 텐데. 그 말을 듣는데. 얘가 5년을 품고 있었으면. 얼마나 자식에게 아빠가 큰 존재인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용신: 우리 애도 중2인데, 한 3주전에 들었어요. 저는 흘려들었어요. 아빠한테 협박하는구나. 중2, 엄청 반항하는 때고. 처음에는 아빠 나 은따야.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은재라고 친구이름 말하는 줄 알았는데. 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애라고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그리고 나 게이야 이러는데, 내가 안 들어주니까 강도를 높이는구나 싶어서 그냥 흘려들었는데, 그랬더니 자꾸 퀴어 관련 용어를 말하더라고요. 제가 듣도 보도 못한. 나중에 바이는 아니야. 아빠 바이가 뭔지 알아? 이러더라고요. 그러다 옛날 기억을 떠올려서 저에게 호감을 보였던 게이 친구한테 페북을 통해서 만나서 우리 아들 얘기를 했죠. 아이 엄마가 저한테 성소수자 부모 가이드북을 보여줬는데. 거기에 나오는 부모의 변화 양상이 제가 3주간 변한 것과 딱 맞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한테 내가 너를 완전 동의하진 못한다. 그 동의에 단계에 도달하진 못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아까 비비남님이 일찍 얘기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했는데 저는 반대의 입장이잖아요, 지금. 그래서 아이가 좀 더 성숙해지고 말하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 늦게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 페북으로 만난 친구도 그랬더라고요. 애가 18살에 커밍아웃을 했는데 더 늦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여하튼 아이를 여기에 데려오고 싶긴 해요. 제가 변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을 놓지 않고 있거든요. 근데 아이 엄마는 아니라는 거예요.
비비남: 저도 아직 그런 생각 못 버렸어요.
어나더: 지금 아버님은 어떤 단계이신 거 같아요?
용신: 제가 3주간 엄청나게 공부를 했어요. 제가 크리스쳔인데, 아이가 교회를 안 가는 이유가 그 이유란 것도 알았어요. 인터넷을 막 뒤지면서 공부를 하는데, 고의적으로 기독교적인 글은 배제를 하고 배워갔어요. 뭔가 너무 지나치게 방어를 하는 듯한 주장을 보았어요. 그러다 기독교 쪽 주장도 봤는데. 여하튼 제 상태는 지금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 단계에 와있어요. 그러다가 결심하게 된 게. 내가 변하면 안 된다. 내가 변하면, 아이를 그 쪽에 보낼 수밖에 없다. 내가 변하지 말자. 근데 그 마음이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말을 했어요. 내가 널 완전 동의 못 할 수도 있지만, 지금 변하는 속도를 보면. (그 쪽으로 갈 거 같다.) 이런 단계에 있어요. 좀 중간에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을 10으로 본다면 저는 5라고 봅니다.
어나더: 지금 아버님 말씀에 대해서 원래 계신 부모님들이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실 거예요.
지인: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데, 저도 그랬어요. 똑같은 생각을. 근데 가만히 잘 생각해보시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성애는 과거부터 존재했었어요. 찬반의 논쟁거리가 아니에요.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가 이렇게 할 문제가 아니에요. 지구가 둥근 것에 대해 찬반 하냐 이거랑 똑같아요. 이성애자인데 찬반 하냐 이거랑 똑같아요. 부모가 반대한다고 성적 지향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에요. 우리가 너무 이성애자 중심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은 그런 걸 보고 자랐는데도 동성애자라는 거죠. 부모님들이 그걸 선택인 줄 알고 바꾸게 하려 한다는 거죠. 그게 선택이라면, 왕따 당하고 핍박 받으면서 왜 굳이 그런 선택을 하겠어요. 바꾸려고 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어요. 근데 다 되지 않았고. 세상 사람들 다 그러는데 ,부모마저 바꾸려 하면 얼마나 아이가 힘들겠어요. 청소년 성소수자 자살 시도율이 47% 이래요, 시도율이. 굉장히 높은 거거든요. 보통 청소년이 10퍼센트 안팎인데. 보통 친구들이 많이 알아채요, 학교에서. 저희 아이도 많이 왕따 당했었고. 저희 아이는 6학년 쯤부터. 저는 꿈에도 상상을 못했어요. 좀 약하다고만 생각했지. 저도 너 성인 되면 인정해준다고 했었는데. 자료를 잘 찾아보면 보통 13세, 트랜스젠더는 5~6세부터 정체성을 깨닫는데요. 그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외롭고 혼자 지내게 된 거에요. 저는 오히려 부모님이 일찍 알았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또 자식이 너무 어리면 부모님이 인정을 안 하는 경우도 있어서 시기는 장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하늘: 그래도 3주 만에 오시다니 대단해요. 커밍아웃 뜻을 몰랐는데, 그게 ‘벽장 밖을 나오다’ 더라고요. 근데 한 번 생각해보세요. 내 아들 딸이 벽장 안에서 평생을 바깥 세상 못나가고 산다면. 그런다면. 역할을 바꿔서 생각해보세요. 내가 벽장 안에서 산다면 우리 자식들은 어쩔 것인가. 우리는 어쩔 것인가. 문만 조금 열어주고 숨만 쉬면서 살아라. 할 것인지. 문을 활짝 열어줄 것인지.
용신: 그게 걱정 돼요. 아이가 친구들도 없어지고, 그럼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얼마나 힘들겠냐. 외로운 사람들끼리 아무나 막 만나면서 그런 인생이면 얼마나 힘들겠나. 예전에 홍석천 커밍아웃 사건 때 부정을 했던 건 아닌 거 같아요. 우리 아이가 주말마다 친해진 성소수자 모임의 형들과 외박을 하는데, 저는 뭘 아무 것도 건들지도 못하고 있어요. 아이 말로는 이쪽은 서른 넘으면 끝이라고 하면서 지금 자기가 이렇게 어울려 놀아야 한대요. 제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된 뒤에 뭔가를 했으면 좋겠는데.
지인: 근데 그 밖에서 자는 거와 성적 지향은 별개의 문제인 거 같아요.
띠용: 아이의 말이 서른이 넘으면 연애시장에서 퇴출된다. 이런 의미인 거 같은데, 이건 이성애자도 똑같은 거 같고요.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는 거 같고. 그리고 아이가 은따 당하는 거. 그건 되게 많은 성소수자 자녀들이 경험하는 문제에요. 밝히고 당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존재하고 있는데, 그냥 주변 사람들이 혐오해서.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닌 거예요. 아이가 커나가면서 아이를 지지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아이가 이런 모습 그대로 학교에서 잘 생활할 수 있을지 그걸 고민해야 할 거 같아요.
인정: 성소수자 청소년 모임을 인터넷에서 만들었는데 거기서 되게 친해진 거예요. 그래서 토요일 저녁에 만나서, 같이 잠자기도 하고. 좀 우려가 되는 게, 이 아이가 어리니까, 거기 모임 사람들은 술 마시고 그러는데. 정서적 안정감이나 그런 게 학교엔 이제 없으니까, 그 마음을 채우려고 자기도 따라가지고 그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거예요. 엄마 아빠 말고도. 거기에도 막 커플들이 와요. 제가 그걸 좀 미심쩍게 생각하면 사람들 많은 데서 절대 못한다고 애가 항변을 하는데. 여튼 공개 수업을 가보니까 애가 말할 사람이 없어서 말을 하고 싶으니까 그 친구들이랑 밤늦게 까지 카톡하고, 학교에선 잠만 자고. 여하튼 학교에서 말 한 마디를 안 해요. 학교에서 친구들이 티비에서 찜방 보도 이런 거 보고 뭐라 하면, 아이가 모든 게이가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하고. 근데 그게 학교에 싹 다 퍼지고. 이러면서 방학 때도 페이스북에서 애들이 우리 아들을 괴롭히고. 다행히 그 모임 친구들이 좀 나서줘서 그 페이스북에서 괴롭히는 애들이 글을 내린 적도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된 거죠. 애가 아직 말을 가려서 하는 것을 잘 몰라서.
지인: 일단 걔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굉장히 다행인데요. 고립감을 굉장히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연대가 굉장히 정신건강에 좋대요. 그리고 13~14세쯤이 청소년 첫 경험 연령이에요. 부모가 막을 수 없는 문제라면 안전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오히려 나을 거 같아요. 그나마 걔가 잘 살고 있는 것은, 보통 청소년들 왕따 당하고 그러면 이성애자인 아이들도 귀신하고도 대화하고 그래요, 상담 오시는 분들 보면. 그런데 그런 모임에 가입해서 의지할 사람들이 있다는 건 다행인 것 같아요.
어나더: 인정분과 남편분의 교육관이 있으니까, 저희가 그거에 대해 어떻게 하시라고 터치를 할 수는 없어요. 저도 청소년 때부터 활동을 한 건 아니라서 그 자녀 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 서른이면 끝난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는 구실인 거 같아요. 당연히 부모님들 입장에선 어린 자녀가 타 지역에 가서 외박을 하면 걱정이 되실 거라 생각하고, 그건 두 분이서 해결하고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용신: 아빠가 너 저녁때 나가지 말라고 잡았는데 그 아이가 자기도 삼 주 연속 외박하는 건 아빠한테 양심이 있어서 못하고 한 주는 쉬었으니 나가야겠다, 하고 싸울 기세로 말했어요. 싸울 수는 없어서 아들한테 약속하라고 그랬죠. 성인이 될 때까지 네가 어디로 가든 다 인정해주겠지만 마음을 열어라, 네 친구들에게도 열고 네 정체성에 대해서도 열어라. 친구들에게 계속 닫는 모습을 봤는데 그러지 말라고. 그랬더니 알았어 약속할게. 하고 나가는데 나가면서 얼굴이 싹 변하면서 환하게 갔다 온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소리를 하는 걸 보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화를 내야할 지 말아야 할지 싶더라고요.
스톤: 자녀분이 나 은따야. 하고 말했을 때 부모님의 피드백을 기대하고 말했을 텐데 피드백이 그냥 물리적인 제한이었으니까 아무 해결이 되지 않아서 걱정이 돼요.
용신: 걔가 커밍아웃을 할 때 수만 가지 생각이 막 들었는데 걔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고 피드백을 주는 대로 변할 것 같아서 사실 지금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인정: 엄마 아빠가 해줬으면 하는 게 뭔지 말해달라고 웃으면서 던져본 적은 있어요.
양철나무꾼: 자녀분은 동성애자이자 자녀분이에요, 그런데 얘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한다고 단언하면 안될 것 같아요. 사실은 동성애자에 관해서 사회가 주입한 생각들이 있잖아요. 30세 이전에 끝난다는 말은 진짜 걔가 믿을 수도 있는데 아버지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대화를 막는 것보다 이곳에 갔다 왔는데 너와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더라. 하고 말씀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용신: 말씀해주신 게 참 고마운데 저는 같은 생각이에요. 그 아이가 그러는 게 동성애자니까 인정해줘 라고 말하는 느낌을 팍 받았어요. 지금 말씀하시는 것처럼 얘기를 했고 더 세게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왜냐하면 상처를 준다고 해서.
양철나무꾼: 제 생각에는 아버님이 기존의 사회가 주입한 사고방식을 정석적으로 받아들이신 분이에요. 아버님도 의식하지 않았지만 아이에게 권위적인 태도가 있었을 것 같고, 아이도 아버님과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인정받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이 옳지는 않은 것 같아요.
봄준: 저는 사실 아버님이 세우고 있는 권위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약 그런 얘기했다면 정말 힘들어서 얘기한 걸 수도 있지만 청소년이나 성인이나 부부관계나 어떤 관계든지 자신의 상처를 이용하기도 하잖아요. 무조건 아이에게 맞춰 줄 수도 없지만 저는 집에서 외계인이었고 어머니에게 충격 그 자체였고, 유일하게 친하게 지냈던 스님이 있었는데 널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벽을 두고 있다고 느꼈어요. 근데 네가 네 인생을 네 뜻대로 살 거라면 공격적으로 어머니를 대하지 말고 편하게 대하라고 했어요.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누가 그렇게 잡아줬던 부분이 엄마와 폭력적으로 대화하지 않도록 도움이 되었어요. 솔직히 난 모르겠다는 선을 잡아주면서 어느 정도 조언을 해주시면 아이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이 깊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 중 하나는 이건 내 잘못이야. 내가 죄스러운 거고, 내가 못된 거라고 생각해서 그 말을 못해요. 왕따를 당할 때 피해자인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중요해요.
채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제 개인적으로도 생각을 많이 했는데 한국에서 결혼 제도라는 건 되게 큰 제도거든요. 이성애자들은 당연하게 어떤 특권적으로 갖고 있는데, 내가 원하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원해서 할 수 없다는 위기감은 되게 큰 울타리로 다가오거든요. 저는 그래서 나도 한 스무 살 초반에 내 정인을 만나서 오래 연애를 하면 내 가족이 생기는 거 아닐까 생각하고 그런 사람을 굉장히 찾아다녔어요. 그런 사람이 없으면 평생 혼자 늙어 죽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 무서움이 있었어요. 아까 말씀 하셨 듯 왕따를 당할 때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정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장단점이 있어요. 지지받을 수 있지만 너무 정신적으로 연약하다면 그 연대에 중독이 되어요. 그 문제에 대해서 자기가 잘 조절을 해야 하는데 아직 친구가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나중에 대학이나 여러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그걸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텐데, 지금 왕따를 당하는 상황에서는 그걸 알지 못할 것 같아요. 부모님이 어떻게 피드백을 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엔 거기에서 있을 때만 네가 빛나는 게 아니야, 이 시간은 다 지나가게 되어 있단다. 만약에 그 형들하고의 연대가 망가지더라도 우리는 항상 네 편이야, 그것만 잊지 말아줘. 하고 말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왕따를 당할 때 얘네는 진짜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는데 사실 계속 살아가다 보면 이 사회 자체가 워낙 이성애 중심 사회라서 어떤 공간에 가도 그런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어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냥 이쪽 친구들하고만 진실 되게 마음을 열고 일부러 일반 사람들하고 거리감을 뒀는데, 일반 사람들과 얘기할 때 그냥 여자 친구를 애인이라고 이야기를 하니까 대화가 똑같더라고요. 지금 아직 어리고 따돌림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소속감이 심화될 수도 있는데 엄마 아빠는 네 편이라는 말을 정확히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휴식)
위니: 아까 오면서 아이가 지난번에 나를 어떻게 소개했냐고 물어봐서 FTM 아들을 둔 엄마라고 말했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젠더퀴어인 것 같다고 해요. 병원에서 성 전환 상담을 했을 때 여자로 살기 싫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남자로 바꾸고 싶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런 생각을 조금 하고 알게 된 건 사실 성 정체성은 정말 수많은 경우가 있는 거 아닐까 생각을 해요. 만 명이 있으면 만 개가 있고,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 남자의 몸을 바라는 건 아니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가 되고 싶어? 여자가 되고 싶어? 이렇게 간단히 얘기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거를 느껴요.
어나더: 위니님의 고민도 자녀 분의 탐색 기간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두 분 관계를 보면서 부모님과 자녀의 그런 매끄러운 관계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어떻게 끼치는 지 볼 수 있어서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위니: 요샌 어떻게 반응해줘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반응을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요. 내가 너무 미리 생각을 많이 하는 건지, 편하게 툭 얘기할 수 있는데… 모든 관심이 나한테 집중이 되어서 부담스러워 하는 건 보면 알 수 있기는 해요. 식구들은 같이 밥을 먹든지 오늘 어떻게 지내냐 한마디 하거나 했을 때 별로 대답을 많이 안 하고 무표정이면 저나 아빠는 이해를 하려고 하는데 할머니는 되게 많이 받아들이시긴 했지만 되게 애달프신 것 같더라고요. 밥을 안 먹건 잠을 덜 자건 하는 건 그냥 젊을 때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말도 하시고. 항상 상대적으로 다른 당사자인 분들에 비해서는 부모님이 쉽게 편하게 받아 들여줘서 형편이 낫다라고 할 순 있지만 제가 보기엔 또 본인 당사자 입장에서 힘든 건 똑같은 것 같아요. 큰 산을 넘어도 더 큰 고민이 있는 것처럼. 그래도 부모님에서부터 벽이 막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좀 힘을 내고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는 데 그것도 내가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 강요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어서 미안하기도 해요. 미안하죠. 저는 그런 고민 없이 그냥 편하게 사는 사람이고 한 집에서 살면서 누구는 행복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으면 미안하기도 하고, 어떻게 잘못 말해서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것 같고. 지금 저로써는 좀 안타까운 게 고 1때 자퇴를 했는데 제가 생각해도 좀 힘들 것 같아요. 입시에 전념을 할 수도 없고. 또 작년에 가고 싶었던 대학이 되기는 했는데 그냥 포기를 했어요. 그러고 나서는 올해 다시 더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올해 입시는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는데 괜찮다고 대학 안 가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대학은 나중에 공부하고 싶으면 가도 되고 안 가도 되고. 그렇게 답해줬거든요. 지금에 이런 성 정체성 문제랑 겹치면서 이런 시기가 오니까 공부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지금 이미 대학생이나 직장인이나 그런 분들 보면 부러워요. 우리나라에서 열아홉이라는 나이가 여러 가지 나아갈 관문들을 거쳐야 할 나이니까 더 여러 가지로 힘들구나 라고 생각을 해요.
지인: 저희 애도 우울함이 너무 심해서 집중을 할 수 없어서 학교를 쉬게 했었고 그럴 때는 기분이... 집중을 할 수 없을 거예요.
위니: 저는 더 여러 가지 고민들 때문에 스스로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마음 편하게 그냥 실컷 놀거나 했으면 좋겠는데 혼자 너무 생각 많이 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 같아서 그게 제일 고민이에요.
지인: 얼마 전에 나는 성정체성 어디에 속하는가. 조사를 했는데 서른 몇 가지가 있었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성정체성이 있더라구요.
재윤: 두번째 오는 건데 사실 모르는 사람 앞에서 나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게 힘든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을 좀 했었고, 처음 모임 왔을 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제가 느끼는 건 고민들이 되게 많으신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 10대 때 커밍아웃하고 그런 게 대단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요. 부모님은 학업이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길 원하니까요. 저는 10대 때를 그냥 학교 다니고 학원 다니고 그렇게 지냈거든요. 그리고 20대가 될 즈음에 알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는 커밍아웃하지 않았어요. 특히 가족들한테도 얘기하는 건 어려워서. 저도 준비되지 않은 커밍아웃을 형한테 했는데 형이 여자 친구를 안 사귀냐고, 제가 다른 커밍아웃한 여자애랑 얘기하는 걸 보고 걔랑 왜 사귀지 않냐고 했는데 제가 여자 안 좋아한다고 했더니 여자 안 좋아하면 남자 좋아하냐고 물어서 어. 라고 했죠. 그 뒤에 부모님께 커밍아웃 할 때는 준비를 많이 했어요. 스물아홉 살에 했는데 그때도 사실 저의 지지기반이 가족이 아니었고 가족과 분리가 되어도 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어요. 근데 커밍아웃 했을 때 저희 어머니는 그거 얘기하려고 몇 주 전 부터 준비했냐고 엄마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라고 끝냈어요. 좋은 반응을 보이신 건데 너무 가볍게 생각하셔서. 그 뒤로 전 조금 정체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이미 일반적으로는 결혼을 하고 양육을 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 부모님은 그냥 노총각인데 남자와 만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단은 서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고 이해를 해야 한다고 말해요.
어나더: 부모님이 깊게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에 고민이 드시는 건가요?
재윤: 약간 결핍함을 느끼기는 하죠. 약간 건강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게 맞을까. 일방적인 게 아니라? 라는 생각이 드는거죠.
어나더: 재윤씨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직설적인 대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
재윤: 근데 저희 집의 한계는 그래요. 저랑 어머니와는 30년의 간극이 있어요. 지식의 습득 양이 다르고 그 한계가 명확히 있는 거라서 제가 어떻게 이걸 엄마의 눈높이에 맞춰서 엄마의 언어로 얘기를 할까. 라는 물음표가 있어요. 좀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이에요. 조건적으로 다른 부모님들과 다르니까.
어나더: 본인의 생활권과 범위 안에 재윤씨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무관심이라고 단정하긴 어려울 것 같기도 해요.
재윤: 저도 팜플렛이나 책을 갖다 주며 시도를 했는데 잘 되지 않았고 쉴 시간도 없는데 무슨 책을 읽어. 하는 상황이라 고민이에요. 자료로 부모님을 설득할 수 없는 그런 관계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게 내 문제인건지 부모님이 받아들이기 싫은 건지 결정을 유보하고 있어요,
봄준: 모든 경우에 꼭 이해를 하고 가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심적으로 독립한 것 같고. 이성애자 간에서도 사실 비슷한 고민이 있을 거예요. 권태기라던지, 자녀 문제라던지. 이 문제는 사실 모든 사람들이 감당하고 사는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자기 자녀가 수치이기 때문에 숨기는 부모들도 많고, 제 인생에서 좀 탁 트였던 거는 제 인생에서 어머니 인생을 말아먹었다는 생각이 좀 있었어요. 희생해서 아이를 기르고, 어머니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인생이 없었는데 그 아들이 게이이면 어머니의 인생이 부정 당한다는 죄책감이 있어요. 어머니가 저 때문에 열두시간씩 부처님 앞에서 기도를 하는데 그게 아직까지도 큰 죄책감이에요. 그게 해결이 안돼서 집을 나가서 독립하고 살았는데. 재밌는 건 그 뒤로 엄마가 기도를 하다가 내가 뭘 하고있지라는 생각이 들고 갑자기 그때부터 불경 공부가 재밌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삶이 좀 재밌어졌대요. 그 뒤로 엄마가 엄마 인생을 산다는게 저에게도 위안이 되요.
어나더: 하늘님도 젊지 않은 나이에 도전이 새로 생기신 건데 지금 이 나이에 새로운 활동과 그런 도전들을 하시는 게 어떠신지 궁금해졌어요.
하늘: 저는요. 제가 남편을 만나서 처음에 딸을 낳고 아들 낳고 우리 시어머님은 참 일찍 아프셔서 제가 삼십대 초반 때 돌아가셨어요, 그러고 홀시아버지 모시면서 그래도 홀시아버지랑은 좋은 관계에서 지내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다른 가족관계에서의 어려움도 다 지나갔었어요. 그래서 50대에 너무 편안한 거예요. 난 너무나도 자유롭다 했는데 8년 전에 아들이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때만 해도 성소수자 이런 개념이 없어가지고 그때 게이 부모님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어디에서 찾아야 될 지 막막하고 슬펐죠. 그렇게 2년정도 고민을 하다 친구사이를 제 발로 가서 젊은이들을 딱 보니까 우리 아들이 가진 특징이 그 친구들한테 있어서 아 타고 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아들로 인해서 그 전에는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다고 착각을 하고 교만을 부렸는데 아들로 인해서 바닥으로 내려갔는데 그 바닥에서 단단하게 굳어서 나중에 무너지지 않게 하나하나 쌓아가면서 8년째에 오니까 새로운 삶을 사는 거죠. 저는 이제 황혼기의 나이인데 나이가 먹을수록 사실 고집은 세져요. 근데 나는 고집부릴 수 있는 나이임에도 아들로 인해서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된 게 고마워요. 아들 통해서 처음엔 절망도 얻었지만 그걸로 인해서 몇 배로 삶이 정말 좋아진 것 같아요. 다만 마음이 아픈 건 이 세상에서 편안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우리 같이 부모님들 모여지고 결속되어서 풀어가자, 풀어 가면 되는 거거든요, 금방은 안돼도. 조금씩 풀어 가면 되는 거기 때문에 아들로 인해서 정말 새 인생을 산다고 느껴요. 다른 모임에서 다른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 웃어요. 뭐 그런 것 가지고 속을 썩나 싶어요. 여러분들로 인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간다고 생각해서 참 여러분들이 고마워요.
(소감)
용신: 저희 아이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 됐지만 제가 막상 와보니까 두 시간이 너무 짧은 시간인 것 같아요. 저도 아이를 이해하고 아내를 이해하는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아이가 청소년기에 있는데 변하는 시간을 제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걸 그저께 느꼈어요. 걔가 변했어요. 그래서 거기까지 따라가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면 얘가 더 멀리 가버려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 이렇게 맨날 따라다니면 안 되겠구나, 멀리 가서 기다려야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좋은 모임에 참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비남: 저는 세 번째 왔는데 첫 번째 나왔을 땐 정신이 없고 상당수 이야기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번 왔을 때는 옆에서 하도 울고 있어서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세 번째 왔으니까 얘기도 많이 들리고,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제 변화에 에너지를 얻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