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평등세상) 연대 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
연대발언
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 하늘
안녕하세요? 하늘입니다. 저는 오늘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대표’이자 ‘그리스도교 신자 중 한 명’으로서 발언하고자 합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정기모임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각자의 사연을 갖고 찾아옵니다. 그중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는 문제는 바로 종교, 특히 그리스도교에 관한 것입니다. 당사자 분들은 종교와 성 정체성 사이의 갈등이나, 신앙인 가족들의 폭력 등 실존적인 문제를 호소합니다. 또한 그 부모들도 아이가 죄악시 여겨지는 성소수자라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하고 세계관까지 흔들리는 경험을 합니다.
물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들이 제게 게이라고 커밍아웃했을 때, 마치 제 존재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 고통을 어딘가에 토로할 수도 없고 속으로 삼키며, 그저 하느님께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기도에 대한 응답은 다른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를 찾아 나서야겠다는 결심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창설멤버이자 대표로서 지금까지 활동하게 된 것이지요. 저는 이제 교회들이 내세우는 교리가 곧 진리가 아님을, 교회가 말하는 ‘정상’이 신이 아닌 교회지도자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정의되어왔다는 사실을 압니다.
앞선 이러한 경험들 때문인지, 정기모임에서 만나는 분들 특히 종교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당사자 분들과 부모님들을 마주할 때면 더욱 마음이 쓰입니다. 정기모임 현장에서 이를 주제로 한 대화는 자칫 평행선을 그리거나 충돌하기도 합니다. 서로가 생각하고 이해하는 바가 다른 탓이겠지요. 성소수자 혐오적인 교리를 따르고 이를 근거로 신앙생활을 해온 분들과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정기모임 현장에 앨라이 성직자, 수도자, 학자 분들께서 꾸준히 함께 해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신앙으로 인한 갈등으로 고통을 안고 오신 분들을 환대해주시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공감하고 또 진심어린 조언과 도움을 주시는 모습에서, 저는 교회 안에서 찾지 못한 예수님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정기모임이 끝나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밝아진 얼굴로 저희를 찾아와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동안 우리에게 교회는 전혀 기대할 것도 실망할 것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희망을 완전히 저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소수자들과 연대하며 그들이 겪는 고통에 동참하는 작은 공동체와 교회들을 보아왔고, 저 또한 정기모임을 비롯한 여러 현장에서 이들과 함께하며 그 안에 예수님이 함께 계신다는 걸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이 희망을 보다 더 크게 품고자 합니다. 그렇게 함께 활동하고 연대해왔던 그리스도인들이, 오늘부로 반차별과 반혐오 그리고 평등세상을 지향한다는 한뜻 아래 공식적으로 연대망을 구축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상호 소통과 연대 그리고 일치를 통해 평등세상을 실현하려는 공동체가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하고자 한다는 이 소식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 특히 교회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품도록 해줄 것입니다.
제도화 이전 초기 교회 공동체는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이렇게 만들어진 연대 네트워크 또한 초기 교회를 연상케 합니다. 평등과 사회정의 그리고 이웃을 향한 사랑을 역설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이를 몸소 실천하고 당대 사회에 파급을 주었던 초기 교회 공동체처럼,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연대 네트워크” 또한 우리 한국사회에 큰 울림을 가져다주기를 바랍니다.
저와 성소수자부모모임 또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이 도래하는 그날까지 늘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