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성확정 수술을 위한 의료정보 가이드북

「트랜스젠더 성확정 수술을 위한 의료정보 가이드북

- 지원단체 및 상담자 지침서」

 

(1쇄, 2021-10)

 

2021 서울특별시 성평등기금 후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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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김결희 ​(성형외과 전문의, 강동성심병원 LGBTQ+ 센터)

박한희 ​(변호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이은실 ​(산부인과 전문의,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젠더클리닉)

이혜민 ​(연구자, 고려대학교 보건과학과 일반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최예훈 ​(산부인과 전문의,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추혜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성소수자부모모임

 

​디자인

흑석동작업장

 

많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의료기관 이용을 주저하고 또 포기합니다.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보고서」(국가인권위원회, 2020)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4명 중 1명은 의료조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 이용을 포기했고, 심지어 실제 의료기관에서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는 이는 2명 중 1명에 이릅니다.

건강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이용은커녕 차별과 혐오 때문에 방문조차 포기하도록 만드는 한국사회에서, 트랜스젠더의 건강권은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탓에, 당사자들은 트랜스젠더 친화적인 의료기관을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하는 실정입니다.

 

 

 

당사자의 의료접근이 어려운 만큼이나, 당사자의 가족 또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저희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월례 정기모임과 트랜스젠더 부모모임, 그리고 상담 사업을 이어오면서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의 트랜스젠더 의료정보 특히 성확정 수술 관련 정보에 대한 갈급을 꾸준히 마주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에 응답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트랜스젠더 의료에 관한 공적 정보나 시스템이 전무한 현실에서,

저희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이미 수술경험이 있는 자식을 둔 부모님들께 일일이 도움을 구하는 것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마저도 시점이 달라 현재와 차이가 있거나 국외에서 수술 받은 경우 등 괴리가 있었기 때문에,

당장 이들의 갈급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물론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기는 합니다.

또 많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그 정보들이라도 얻기 위해 커뮤니티를 배회합니다.

그러나 입증되지 않고 출처가 불분명한 이러한 정보들은 이들 건강에 또 다른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트랜스젠더 성확정 수술을 위한 의료정보 가이드북」은 이러한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가이드북 발간을 위해, 저희는 먼저 이러한 고민을 함께 안고 있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법률단체, 상담센터 등의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간담회에서 저희는 트랜스젠더와 그 가족을 지원·상담하는 과정 중 의료정보 요청과 관련해 서로 어떤 고민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나누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현실을 보다 구체적이고 맥락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성확정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글을 기고 받았습니다.

법률 전문가부터, 보건역학 연구자,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등 현장에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을 만나고 있는 의료인에 이르기까지, 성확정 수술과 관련하여 각 관련 분야의 전문정보가 담긴 글을 가이드북에 함께 담았습니다.

물론 이 가이드북이 성확정 수술 의료실태와 정보를 모두 포괄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신 만큼 분명 유의미하게 활용되리라 확신합니다.

 

 

이 가이드북은 부제에서 보듯이 트랜스젠더와 그 가족을 지원·상담하는 단체 및 상담자를 대상으로 쓰였습니다.

트랜스젠더와 그 가족이 찾는 지역 곳곳의 수많은 인권단체, 청소년성문화센터, 상담센터 등의 기관들이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그 외 많은 곳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2021 서울특별시 성평등기금’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사업인 만큼, 이 가이드북이 서울시를 비롯한 정부기관의 트랜스젠더 관련 정책개발에 숙의를 촉발하는 기능을 했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물론 공적 의료정보와 의료체계 확립까지는 당장 기대하기 어렵겠지요.

그러나 한국 의료계에서는 최근 성소수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는 만큼, 이 기대가 헛되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순천향대병원의 ‘젠더 클리닉’을 시작으로 강동성심병원에는 ‘LGBTQ+센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는 ‘젠더 클리닉’이 신설되었고,

서울대학교에서는 국내 의과대학 최초로 성소수자 의료 관련 수업이 개설되었습니다.

게다가 현장 의료인과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 성소수자의료연구회(준)’를 발족하기도 했습니다.

차별 없는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마음을 모아주시는 의료인 분들의 지원과 연대 덕분에, 우리는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 이렇게 바람과 기대를 품으면 품을수록 그리고 변화와 가능성을 마주할수록,

그만큼 한국의 트랜스젠더 인권 실태가 얼마나 열악한지가 환기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많은 분들의 손길로 제작된 가이드북 또한 그 변화 중 하나입니다.

현안 대응으로 정신없는 가운데 협조해주신 유관단체 관계자 분들,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음에도 기꺼이 설문조사 및 심층인터뷰에 응답해주신 트랜스젠더 당사자 분들, 그리고 바쁘신 와중에 기고로 함께 해주신 전문가 분들이 있었기에 이 가이드북이 발간될 수 있었습니다.

이 가이드북에 정말 많은 분들의 염원이 담겨 있음을, 그리고 그 염원이 한 뜻으로 모여짐을 느꼈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트랜스젠더가 마땅히 건강권을 누릴 수 있기를,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에서 평균 기대수명에 맞게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이 바람이 가이드북을 통해 조금이나마 현실화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트랜스젠더 성확정 수술을 위한 의료정보 가이드북」을 펴내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