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문] 차별을 끊고 평등을 잇는 2022인 릴레이 단식행동 <평등한끼> 무지개행동 주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집회 발언
비움(성소수자부모모임)
안녕하세요. 저는 29살 트렌스젠더 딸의 아버지 입니다.
딸이 커밍아웃 한 이후로 저는 새로운 세계를 알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기의 뇌로 인지하는 성과 다른 몸을 가지고 태어나
내면에 가지고 있는 공포나 우울, 절망감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워 하는 삶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반인들은 트랜스젠더가 신이 나서 너무나 좋아서 그걸 선택하는 이상한 집단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트렌스젠더는 분명 제대로 된 판단력이 있으며,
우리와 같은 인간동료 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성으로 바꾸는 것이 얼마나 간절하면, 인간이란 영악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차별과 혐오를 받아내고
사회의 제도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그 위험한 수술을 여러 차례 감행하는 것일까요? 태생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면 이런 불리한 길을 가는 인간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뇌가 인지하는 성과 다른, 자기 몸 안에 마치 괴물이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이 인지 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스스로 삶을 마감했던 변희수 하사처럼 트렌스젠더의 자살 시도는 우리가 주목해봐야 합니다. 미국의 예로 본다면, 20살 이전의 청소년 트렌스젠더의 50% 이상이
한번 이상의 자살시도와 심지어 만 9살 이하의 자살시도 사례도 있습니다. 미성년 트렌스젠더의 자살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예민한 나이에 트렌스젠더를 혐오하는 가족, 친구, 사회로부터 폭력, 혐오, 차별로 홀로 남겨지게 되고 자신의 신체 이미지가 너무 역겹게 생각되어 죽음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를 이 자리로 부르는 이유이고 우리가 국민, 사회, 국회, 그리고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소극적 차별금지를 넘어 우리는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들을 사랑하고 보호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아낀다면,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단지 다수의 비위 맞추기에 치중해서 사회적 합의라는 말도 안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고 살아가는 데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까?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아가고, 자신이 인지하는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것뿐인데, 돌을 던지고 사회에 나오지 말라고 비난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사회의 모습일까요?
사회적 차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트렌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혐오와 싸우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제 딸을 포함한 성소수자들을 더이상 죽음으로까지 몰아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점차 사라져서
그들도 우리처럼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서, 혐오로 인해 암울한 이야기가 아니고 행복한 트랜스젠더,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