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문] 차별을 끊고 평등을 잇는 2022인 릴레이 단식행동 <평등한끼> 집회 발언 (지월, 2022.04.07)
안녕하세요, 저는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월이라고 합니다.
제 아이는 트랜스젠더입니다. 지난 3월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었습니다. 이날은 사회적으로 차별과 혐오를 겪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고 있는 트랜스젠더들의 존재 그 자체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동시에 그 차별과 혐오,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비롯한 사회적 의제들을 함께 드러내는 날입니다. 이날을 기념하는 이유는, 그 어느 국가에서든 트랜스젠더의 인권실태가 매우 열악하며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뜻이겠지요.
한국도 물론 마찬가지입니다. 트랜스젠더로서 삶을 살아내기가 너무 어려운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지요. 생애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는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과 혐오, 배제를 경험합니다. 한국의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우리 아이들이 이런 세상에 살게 내버려두지 않도록 우리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내 아이가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에서, 그리고 트랜스젠더인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내 아이와 같은 트랜스젠더, 성소수자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의 인권과 존엄을 위해 여러 현장에서 연대하며 투쟁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목소리만으로는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차별과 폭력을 멈추라고 저항하는 것만으로 우리 아이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른 이들과 똑같이 권리를 누리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법이 바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입니다. 차별금지법안에서 구분하고 있는 교육, 고용, 재화와 용역, 행정 서비스라는 차별금지 영역은 사실 우리의 일상 대부분을 뜻합니다. 헌법상 평등권이 보장되어 있는 이 민주사회에서, 그 누구도 부당한 이유로, 특히 자신의 정체성을 이유로 일상에서 차별과 혐오에 노출되고 배제당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의식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작년과 재작년,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설문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80% 이상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와중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국회는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자문해보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모두가 같은 권리를 누리고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그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인 차별금지법, 반드시 제정되어야 합니다.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꼭 제정되어야만 합니다. 국회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에 대해 논의하고 제정을 서둘러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