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나비입니다.

제 아이는 트랜스젠더로서 어렵게 성별정정을 마쳤지만 여전히 화장실 사용에 있어 불편함을 겪고 있는 성소수자입니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조정훈 국회의원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주고받는 말을 들으며 저는 이 나라 국회와 교육부의 수준이 참으로 걱정되었습니다.

조정훈 의원님 당신은 5년전 세바시 강연에서 어떤 국가가 좋은 국가인가에 대해 강연하였습니다. 첫 번째로 강조한 생존, 16년동안 세계은행에서 일하며 세계유수의 나라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해 다니면서 느낀 것은 의자뺏기 놀이가 아니라 의자 더하기 놀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부자나라인 카타르 마카오 싱가포르가 아닌 캐나다 미국 호주처럼 살고싶은 나라 의 품격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품격있는 나라들은 멋진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나라이고 내가 잘살고 내가 행복해지려면 내 주변이 잘살아야 나도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미국 MIT 대학에서 주는 상, 일명 ‘저항하라’는 상을 예찬하였지요. 그 때 수상자인 미투운동처럼 쾌적함에 저항하는 것이 파격이라며 우리가 서 있는 자리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여 많은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조정훈 의원님, 당신이 주장했던 캐나다 미국 호주는 모두 성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지지하고 동성혼이 허용되는 나라입니다. 또한 이들 나라는 모두 성중립화장실이 도입되고 있는 국가입니다. 그 나라들이 세계시민들이 살고 싶어하는 나라인 것만 알고, 왜 살고 싶어하는지, 어떻게 그런 나라가 되었는지는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더하여 MIT에서 주는 ‘저항하라’는 상에 대해 예찬하면서 그 저항이 당신이 강조하는 ‘쾌적하고 익숙한 것에 대한 저항’이라는 의미는 깊게 생각하지 않은 듯 합니다.

당신이 월드 제네레이션이라고 자부하는데 그 자부심에는 성소수자의 존엄과 행복은 없는건가요? 그래서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인 화장실 문제와 대한민국 헌법에도 나와 있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인 동성애를 인정을 하고 말고로 말하는 건가요. 당신이 어떤 권한으로 사람의 존엄과 행복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겁니까.

이주호 장관님, 1년전 교육 티비 국정대담에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모든 아이들을 국가와 사회가 필요한 인재로 만들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모든 아이들에는 성소수자가 해당되지 않습니까?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조정훈 의원이 던진 사악한 질문에 장관께서는 어리석은 답변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성소수자가 법률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답변하였는데 그 말은 법에도 안 맞고 상식에도 어긋난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계신지요. 이런 질타가 싫다면 저를 탓할게 아니라 장관님의 무지함을 만천하에 드러낸 조정훈 의원을 탓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성중립 화장실은 동성애와 상관이 없지만, 동성애 좀 하면 어떻습니까. 동성애 부부들은 지금 누구보다 기를 쓰고 결혼하고 애 낳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결혼하고 출산하는 것이 나라를 구하는 거라고 정부에서 그렇게 홍보하던데 부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성애든 이성애든 양성애든 트랜스젠더든 외롭지 않겠다고, 결혼하고 애도 낳겠다는데 우리는 다 환영입니다. 여자 사위, 남자 며느리 땡큐입니다. 오히려 좋아요.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올로프 스쿠그 유럽연합 특별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특별대사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차별금지법을 왜 제정하지 않냐고 묻자 안창호 위원장이 말하기를 소수자가 다수자를 차별하는 법을 제정하는데 서구사회는 다수자의 반대를 어떻게 해결했느냐고 반문하였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한국인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입니까. 국회의원, 교육부장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이들은 왜 이렇게 국민을 부끄럽게 합니까? 왜 국민의 삶을 쪼그라들게 합니까?

 

성소수자 부모로서 같은 연배의 중장년으로서 당신들의 허물이 이 나라 모든 어른들의 잘못인 것 같아 이 사회의 성소수자에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게 제가 다 미안합니다. 부디 지금이라도 당신들이 사과하시고 앞으로 공부좀 하시고 상식을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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