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의 부모들은 자식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당시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함으로 생각도 멈추고 심장도 하얗게 멈추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성소수자들과 만나며 뼛속까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성소수자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구가 둥근 것에 찬반을 논할 수 없고, 둥근 지구를 네모나게 바꿀 수 없듯이, 성소수자는 잘못되거나 틀린 존재가 아닙니다. 특별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습니다. 바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자연스럽게 존재합니다.
우리 부모모임의 부모들은 한결같이 “편견 없는 사회라면 이게 무슨 걱정이겠는가” 라고 말합니다. 자녀가 성소수자인 것이 걱정이 아니라, 그들이 편견에 사로잡힌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걱정입니다.
설마가 현실이 됐습니다.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육군이 동성애자 군인 수십 명을 표적하여 색출해 강압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들었습니다. 몰상식의 말을 마주한 우리 부모들은 한탄의 소리를 내며 가슴이 타들어갑니다.
어제 저녁, 이번 사건의 피해자 중 구속영장이 청구된 A대위 어머니의 탄원 호소문을 보았습니다. A대위의 어머니는 이번 사건을 통해 아들의 성정체성을 처음 알았다고 합니다. 같은 경험을 했던 입장에서 얼마나 놀랍고 당황스러웠을지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라며 아들을 지지해주고 탄원 호소문까지 작성하는 A대위 어머니의 용기와 지혜에 박수를 보냅니다. 한편으론 이런 힘든 상황을 홀로 견뎌낼 A대위의 어머니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성소자자 부모모임은 이번 사건에 분노하며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희는 같은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군 복무 잘하고 있는 아들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구속하다니, 단지 성적지향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구속하면 앞으로 어느 부모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겠습니까. 우리나라 군대가 어찌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우리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는 인권후진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이러한 육군참모총장의 야만적인 인권침해 행위에 개탄을 마지하지 않습니다. 색출해야하는 것은 군대 내 반인권이지 성소수자가 아닙니다. 우리 성소수자의 부모들은 무엇이 범법행위인지 판가름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 지휘관의 자리에 있다는 것에 분노할 따름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군형법 제 92조의 6 추행죄가 군대 내 동성애자를 색출하라는 지시의 명분이 되고 있고, 성소수자 차별과 반인권적 조사과정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몇몇 대선 후보들은, 국제 사회에서도 폐지를 권고하고 있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범죄시하는 이 악법을 외면한 채 방관하고만 있습니다. 정부와 대선 후보들은 당장 군형법 제 92조의 6 추행죄를 폐지하며 책임을 다해야할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은 무지에서 오는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많은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이번 사건은, 피해 군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군대를 갈 성소수자들, 군대에 있는 성소수자들, 그런 성소수자들을 친구로 둔 사람들 모두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군대에 대한 두려움과 트라우마를 심어주는 비인간적인 정서적 살인행위이자 실질적 살인행위입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육군과 육군참모총장에게 엄숙히 말합니다.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 탄압을 즉각 멈추십시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아무 잘못도 없는, 성소수자 군인들에 대한 반인권적 불법수사를 당장 멈추십시오. 반인권적 지시를 내린 육군참모총장은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십시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정부와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합니다. 군형법 제 92조의 6 추행죄를 당장 폐지하십시오.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십시오.
2017.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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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대위의 구속 영장 청구에 대한 기각 탄원을 받고 있습니다. 탄원서 접수는 4월 16일 자정까지 받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육군 성소수자 군인 구속영장청구 기각 탄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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