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나비입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오늘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입니다.
그간 잘못된 차별과 혐오로 인하여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분들을 추모하고 살아남은 우리들이 그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몫까지 더 잘 살아내기를 다짐하는 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역행하고 있는 듯한, 혐오가 판치는 이 시대에서 생존해내고 있는 우리 서로를 격려하고 싶습니다.
제 아이는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입니다. 트랜스젠더이지요.
이렇게 익숙하게 말하기까지 저도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스럽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대로 괜찮을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그건 잘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저희 부모들에게 트랜스젠더 아이는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해준 고마운 사람입니다. 나이 50 넘어 익숙한 세상에서 몸에 익은 대로 편하게만 살아오던 꼰대 같은 부모에게 이제는 좀 다른 세상을 바라보라고 알려주었지요.
내 아이가 트랜지션을 한다면 큰일이라고 생각하던 부모가 지금은 “내 아이가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하게 되었고 “성소수자가 행복할 권리, 당신이 행복할 권리와 같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치게 되었습니다.
세상 어느 스승도 바꿀 수 없는 고집 센 꼰대들이 자식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 다른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트랜스젠더 아이들이 우리에겐 하느님이 주신 스페셜 에디션입니다.
몰상식하고 게으른 일부 기독교인들이 행하는 혐오를 겪고 그 덕분에 우리 부모들은 성경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성경 야고보서에는 “만일 너희가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면 죄를 짓는 것이니 율법이 너희를 범법자로 정죄하리라 만일 긍휼을 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긍휼 없는 심판이 있으리라”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불경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효록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불교 율장 비구계에 등장하는 성소수자 사례만 570건이 넘을 만큼 부처님도 성적 다양성을 깊이 이해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부처님도 우리 편, 예수님도 우리 편이고 하느님도 우리 편입니다. 차별하고 혐오하는 자들은 패하였고 우리가 이겼습니다.
여러분, 혐오는 사랑을 이길 수 없습니다. 비록 차별금지법 통과도 힘겨운 이 시대이지만 반드시 이 시대의 어둠이 걷힌 자리에 진실이, 우리의 존재가 빛을 발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우리 서로에게 곁이 되어주고 우산이 되어줍시다.
저 미련한 자들의 독설 때문에 고립되지 말고, 멋있는 우리끼리 연대하고 지지자들을 불러 모읍시다. 우리 오래오래 살다가 늙어서 죽읍시다.
우리 부고장에 노환으로 기재하고 장례식장에서 늙어 죽음을 축하합시다. 늙어 죽을 때까지 살아있는 동안 우리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결코 혼자가 아님을 수시로 확인하고 돌봅시다.
우리 성소수자부모모임 또한 수많은 지지자들과 함께 트랜스젠더가 마음 놓고 배울 권리, 일할 권리,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갈 권리를 마땅하게 누리도록 언제든 어디서든 여러분과 함께 걸을 것입니다.
우리 같이 외쳐봅시다.
“차별은(차별은), 나빠요(나빠요). 혐오를(혐오를), 멈춰요(멈춰요)."
"트랜스젠더가 행복할 권리(트랜스젠더가 행복할 권리), 당신이 행복할 권리와 같습니다(당신이 행복할 권리와 같습니다).”
감사합니다!